토요타의 대표모델인 캠리의 출고적체현상이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계약하면 빨라야 5개월, 평균 7개월을 기다려야 인도될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다.
2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캠리의 출고대기는 종전 3~4개월을 넘어 5~7개월까지 그 기간이 늘어났다. 지금 차를 계약하면 최악의 경우 올 가을에나 받을 수 있다. 이유는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서다. 토요타는 당초 4개 차종(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RAV4, 프리우스)을 매월 500대 정도 국내에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초반부터 주문이 몰리면서 공급이 달리기 시작했다. 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데다 가격경쟁력마저 갖춘 덕분이다.
한국토요타는 새 해부터 공급물량을 월 100대 정도 늘렸다. 딜러당 배정된 차는 20~30대. 이를 영업사원별로 나누면 많아봐야 1~2대다. 물량을 늘린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늘리긴 한 거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출고가 오랜 시간 지연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아예 구입을 포기하고 국산차나 다른 일본차로 바꾸는 경우도 허다하다. 업계에서는 캠리 출고적체로 닛산 뉴 알티마가 반사이익을 쏠쏠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토요타 딜러의 한 영업사원은 “고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계약자 중 50%는 해약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캠리를 계약했다 해약한 한 고객은 “새 모델도 아니고 나온지 4년이나 된 차를 이렇게 기다려야 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딜러들도 손해가 막심하다. 딜러별로 매월 큰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방대한 규모로 시작하다보니 고정비가 엄청나게 들어가서다. 이와 함께 영업사원의 수익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영업사원들 중에선 토요타를 떠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계약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만큼 공급물량이 늘어나 출고가 활발히 되지 않는 한 수익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영업사원은 “생활이 힘들 정도”라고 푸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토요타는 여전히 시장 연착륙을 주장하고 있다. 출고를 늘리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인프라나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나 딜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파는 판매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로서는 환차손 때문에 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공급을 늘리지 않는 것 같다"며 "실제 RAV4의 경우 이 때문에 올해 4~5월쯤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동차 판매는 신뢰가 생명이고, 계약은 고객과의 약속인만큼 회사가 이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야 고객들의 비난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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