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눈 세상, 아득한 전설이 살아난다

입력 2010년02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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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성 입구
눈이 내린다. 퍼붓는다. 쏟아지는 눈 속에 갇혀 멍하니 눈줄기를 바라본다. 풍경이 시시각각 눈에 묻힌다. 세상의 소음도 하나 둘 지워져간다. 적막한 눈 세상. 그 속에 오도카니 앉아 박용래(1925-1980)의 "눈"을 가만가만 읊조려본다.



눈때문에 실제처럼 생생한 세트장
"하늘과 언덕과 나무를 지우랴 / 눈이 뿌린다 / 푸른 젊음과 고요한 흥분이 서린 / 하루하루 낡아가는 것 위에는 / 눈이 뿌린다 / 스쳐가는 한 점 바람도 없이 / 송이눈 찬란히 퍼붓는 날은 / 정말 하늘과 언덕과 나무의 / 한계는 없다 / 다만 가난한 마음도 없이 이루어지는 / 하얀 단층" (박용래 시집 <강아지풀> 중에서)



눈에 덮인 고구려 기마상
"정말 하늘과 언덕과 나무의 한계"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쏟아지는 눈줄기는 그곳 온달관광지를 태고의 신비로움이 더해진 아득한 전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고구려 장군인 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을 주제로 조성된 테마파크인 충북 단양 온달관광지는 온달산성, 온달동굴, 테마공원, 드라마 세트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눈보라가 들이치는 회랑
활을 겨누며 말 달리는, 패기 넘치는 고구려 기마상이 서 있는 관광지 입구로 들어서면 드라마세트장이 먼저 나타나고, 세트장 끝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온달산성이, 아래로 내려가면 온달동굴이 나온다. 총 9만7,011㎡(약 2만9,345평)의 부지에 만들어진 이곳들을 다 돌아보자면 세 시간 넘게 걸릴 만큼 넓기도 하고 볼거리도 많은 곳이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안내지도나 가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을 만큼 꼬불꼬불 미로처럼 복잡하다.



드라마 촬영장
소복이 눈을 이고 선 고려성의 아치문을 들어서면 바야흐로 그곳에 드라마의 세계가 활짝 펼쳐진다. "천추태후" "바람의나라" "일지매" "태왕사신기" "연개소문" 등 각종 드라마를 촬영했던 세트장은 눈이 만들어내는 풍경 탓인지 세트가 아니라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드라마 속 인물이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특히나 "연개소문"의 중국 배경지였던 수·당 황궁과 저택 및 처소는 쏟아지는 눈으로 인해 천년의 시간도 훌쩍 뛰어넘는 신비한 공간으로 나그네를 이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
세트장 안에는 드라마 촬영 당시 사용했던 의상과 각종 소품들을 전시해놓았고, 드라마 속 등장인물을 모형으로 만들어 사진 촬영도 할 수 있게 해놓아 아이들에겐 유쾌한 놀이터가 될 듯하다.



드라마 촬영 소품들
온달관(온달전시관)은 고구려 제25대 평원왕과 제26대 영양왕대의 인물인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삶을 사서와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 외에도 고구려 생활관, 단양 정보관, 고구려 문화관, 고구려 인물관, 고구려 고분관 등을 마련했다.



세트와 실제를 넘나들게 하는 눈발
가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세트장이 끝나는 곳에서 온달산성과 온달동굴로 갈라지는 이정표를 만난다. 온달산성은 약 850m 위로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온달장군이 최후를 맞은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으로, 성 자체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그 무엇보다 빼어난다. 굽이치는 남한강 줄기와 첩첩의 산줄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폭설로 산성으로 가는 길이 막혀 버렸다.



중국 황제 처소의 정원
아쉬운 발길을 온달동굴로 돌린다. 즐비한 안전모가 먼저 눈에 띈다. 약 4억5,000만 년 전부터 생성돼 온 것으로 추정하는 온달동굴은 주굴과 지굴의 길이가 760m인 석회암 천연동굴이다. 동굴의 높이는 5~10m, 폭 5m 가량으로 계단형 구조에 아기자기하고 석순과 종유석이 잘 발달돼 있다.



저택 마당풍경
천지가 눈인 바깥세상과 달리 동굴 안은 딴 세상이다. 온달장군이 이곳에서 수양했다 하여 온달동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래서 동굴 안쪽 저 어디선가 "얍! 얍!" 하며 기합을 넣는 온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면, 그건 너무 과장일까?



산성과 동굴 이정표
*맛집

온달관광지 내 산성식당, 온달동굴식당 등 여러 음식점이 있다. 단양의 향토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단양읍내로 들어간다. 도담삼봉 가는 길, 농협주유소 옆에 자리한 장다리식당(043-423-3960)은 마늘정식으로 유명한 집이다. 마늘솥밥정식을 비롯해 온달정식, 평강정식 등이 있다. 마늘솥밥, 마늘비빔육회, 통마늘튀김, 마늘쫑잎튀각, 마늘바게트, 마늘맛탕, 마늘맛살샐러드, 마늘쫑무침, 마늘쫑파강회, 알마늘무침, 마늘초절임 등 마늘로 만든 다양한 반찬이 나온다. 구운 두부김치와 감자떡도 별미.

온달산성 가는 길


*가는 요령

온달동굴 입구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IC에서 빠져 단양 읍내로 들어간다. 고수대교를 건너 59번 국도를 따라 영월 방면으로 가다가 595번 지방도로를 타고 구인사 방면으로 가거나, 혹은 군간교를 건너 522번 지방도를 따라 영춘 방면으로 들어가도 온달관광지에 닿는다.



온달동굴 내부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안전모가 눈길을 끈다
주변 음식점들
생뚱맞은 용 조형물도 눈에 덮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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