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마당 기웃대는 봄 햇살 베고 누워…

입력 2010년02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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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선원
그곳은 아직도 지난 겨울의 흔적이 선명하다. 하얀 절 마당은 대웅전과 선방, 요사채로 각각 갈라지는 십자로만 내어줄 뿐 수북이 쌓인 눈이 그대로 남았다. 장난기 많은 어느 스님이 만든 것일까, 눈사람 하나가 태양을 피해 석등 뒤로 몸을 감추고 있다. 종무소 앞에는 따사로운 햇볕 한 자락을 베고 누운 견공의 낮잠이 달콤하고 깊어 보인다. 봄이 오는 길목, 사불산 중턱에 자리한 문경 대승사의 한낮 풍경이다.



신라 고찰 대승사는 문경시 산북면 전두리 사불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사불산 오르는 길은 아스팔트가 깔려 있기는 하나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좁고 가파른 산길이다. 산길을 오를수록 좌우로 우거진 소나무숲이 점점 그윽한 정취를 돋우며 이어진다.



대승사로 오르는 산길
천년도 훌쩍 넘는 유구한 역사와 원효·서산·나옹 등 이름난 고승들이 거쳐 갔다는 명성, 지금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여러 전설을 품고 있는 고찰 대승사에 거는 기대는 절 입구에 다다르면 한풀 꺾인다. "템플 스테이"를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있는 절은 새로 지은 말간 건물들이 앞을 막고 서 고찰의 면모를 가려버린 느낌이다.



그들을 지나 절 마당으로 들어서자 대웅전과 나한전 등 그나마 세월이 깃든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보다 조촐하고 아담한 규모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500년을 이어오는 동안 전란과 큰 화재를 겪으며 사찰의 많은 부분이 소실됐고, 현재의 절집은 1966년에 삼창된, 즉 세 번째로 지어올린 것이라 한다.



대승사 일주문
아담한 절집 규모에 비해 대승사에는 여러 볼거리와 창건에 얽힌 기이한 설화가 많이 남아 있다. 대승사가 자리하고 있는 사불산은 본래 이름이 공덕산이었다. 진평왕 9년(587년)에 커다란 비단 보자기에 싸인 석불이 공덕산 중턱에 떨어졌는데 사면에 불상이 새겨진 바위, 즉 "사불암(四佛巖)"이었다. 왕이 소문을 듣고 그곳에 와 예경하고 절을 짓게 한 후 대승사라고 절 이름을 내렸다. 산 이름도 산마루에 사불암이 있다 하여 사불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대승사 창건과 관련된 전설 가운데 우(牛)부도가 있다. 절을 지을 당시 어디선가 큰 황소가 나타나 나무와 기와를 실어 날랐다고 한다. 공사가 끝나자 황소는 숨을 거뒀는데 이를 가상히 여긴 사람들이 소 무덤을 만들어 주었고, 그것이 지금 남아 있는 우부도다. 대승사 오르는 길 숲 속에 있는 이 무덤은 여느 스님의 무덤처럼 평범한 부도지만 큰 비가 내리면 빛을 발한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대웅전
또 나옹선사가 수행했다는 말안장 바위는 산꼭대기 절벽에 있는데 마치 회전목마처럼 생겼다. 바쁜 농사철에도 늘상 이 바위에 앉아 노는 나옹선사가 미웠던 마을사람들은 선사가 입적한 뒤 홧김에 말의 머리 부분을 부숴 버렸다고 한다. 그 사건 후 이상하게 마을에 우환이 자꾸 겹치자 마을 사람들은 계곡 밑에서 버려진 말머리 부분을 주워 다시 바위에 붙였다. 지금도 그 바위에 가면 말머리 부분을 돌가루로 붙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대승사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대웅전 안에는 보물 제575호로 지정된 대형 목각탱이 모셔져 있다. 후불탱화를 나무에 부조·투조 기법으로 고스란히 조각해낸 대형 작품이다. 부석사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으로, 목각탱의 소유를 둘러싼 기록문서 4장(1876년 작성)도 함께 보물로 지정돼 있다. 얼마 전 발견되어 지난 22일 보물로 지정된 금동아미타여래좌상도 조형미가 뛰어난 고려시대 불상이다. 높이 87.5, 무릎폭 63㎝의 아미타여래좌상은 X-레이 조사 결과 불상 머리 부분에서 1301년에 쓴 묵서가 발견되고, 복장 유물에서는 1292년에 썼다는 보협인다라니 등이 발견됐다.



대웅전의 목각후불탱
법당과 스님들의 요사채로 사용되는 대승선원은 H자형의 독특한 건물모습도 눈길을 끌지만 이곳은 1944년 성철스님이 3년 동안 눕지 않고 앉아 정진하는 장좌불와를 계속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대승사 템플 스테이는 전문 참선·수행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고즈넉한 사불산 자연 속에서 참선을 통해 정신적 풍요를 경험할 수 있다. 유치원생에서부터 청소년, 일반인 등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단, 참가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문의: 054-552 -7105).



*맛집

대승사 주변에는 음식점이 없지만 문경시내로 나가면 다양한 음식점이 많다. 문경시청 동문 앞에 위치한 산마루(054-555-4956)는 한정식으로 이름난 집. 맛깔난 밑반찬과 함께 돼지 불고기 볶음, 간고등어 구이가 입맛을 유혹한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눈사람


*가는 요령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IC에서 나와 점촌시내로 향한다. 34번 국도를 따라 예천 안동방면으로 가다가 59번 국도로 갈아타고 산북·동로방면으로 향한다. 산북 김용 삼거리를 지나 대승사에 이른다.



대승사의 팔자 늘어진 견공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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