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조심스런 첫 SUV, 3008

입력 2010년03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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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가 컴팩트 SUV 3008을 내놨다. 푸조의 유전자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새로운 접근과 스타일을 통해 실용성은 물론 운전 재미까지 추구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실제 만나보니 이전의 푸조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링을 추구한다. 3008은 푸조의 새 시대를 여는 첫 포문인 셈이다. 그래서 푸조를 국내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로서도 이 차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2년 간 이어진 부진을 3008로 털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푸조 역사상 최초의 컴팩트 SUV 3008을 시승했다.


▲스타일&인테리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면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컴팩트 SUV라는 위치가 중량감이 큰 등급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또한, 기존 승용 디자인보다 보닛이 상대적으로 짧아졌다. A필러 가장 자리까지 파고든 헤드램프는 공격적이다. 측면을 살펴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각도가 떨어지는 루프가 눈에 들어온다. 앞 쪽의 디자인과 어울려 작아 보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을 풍긴다. 후면은 앞 쪽의 라운드형 디자인과 달리 각이 선 모습이다. 그러나 전체 라인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SUV의 특성이 잘 반영됐다. 리어 램프도 헤드램프만큼 공격적인 인상이다.

실내도 세련되게 탄생했다. 약간 누운 센터페시아는 조작이 한껏 편해졌다. 센터페시어부터 센터 콘솔까지 박스형으로 처리돼 운전석과 조수석이 완전하게 분리된 모습이다. 공간의 단절이라는 느낌보다 독립적으로 구성됐다는 느낌이다. 비대칭으로 이뤄진 대시보드를 살펴봐도 그 독립성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곳곳에 고광택 소재를 이용해 고급감이 묻어난다. 또한 금속 느낌의 소재를 도어나 기어 레버, 스티어링 휠까지 적용, 역동성을 나타내고 있어 마감을 두고 더 이상 논란은 일지 않을 것 같다.

계기판은 화이트 조명을 채택해 시인성을 높였다. 그러나 속도계는 앞자리가 홀수인 속도만 표시돼 익숙치 않다. 차의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트립컴퓨터는 주황색 조명을 써서 화이트 계기판 조명과 대비를 이뤄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띈다. 시야는 푸조답게 좋은 편이다. 앞으로 탁 트인 느낌을 선사한다. 가장 큰 특징인 파노라마 선루프도 채택됐다. 처음으로 채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다. 보통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전면 유리에 반사되는 것과 달리 3008의 헤드 업 디스플레이는 전용 유리창이 대쉬보드 위에 솟아나 속도와 차간거리를 표시한다. 운전자의 앉은 키에 맞도록 반사 위치를 설정할 수 있다. 앞 차와 충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표시하는 차간거리표시계는 충돌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조절에는 센터페시아 맨 위 스위치를 이용하면 된다.

시트는 앞좌석의 경우 몸을 잡아주는 버킷형을 채용하고 있다. 버킷 스타일은 자칫 좁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나 소재 자체가 부드러워 덩치가 커도 좁은 느낌은 나지 않는다. 다만, 가죽 시트가 아닌 직물 시트만으로 출시된다는 점은 아쉽다. 뒷좌석 공간도 여유로워 가족형 자동차로서 역할에 충실하다. 시트 위치는 좀 높은 편이다. 차고가 높아 발판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세단 수준으로 낮은 것도 아닌 중간쯤 되는 높이다. 따라서 키가 작은 사람은 약간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일반 성인의 평균키라면 크게 불편할 만한 높이는 아니다.

적재공간에 특히나 신경 쓴 모습이다. 뒷좌석에 6:4 폴딩 시트를 적용한 것뿐만 아니라 조수석까지 완전히 접히도록 했다. 때문에 좌석을 접기 전 적재용량은 512ℓ지만 좌석을 모두 접으면 1,604ℓ까지 늘어난다. 곳곳에 배치돼있는 수납함도 매우 실용적이다.


▲성능
시동음은 일반 디젤차보다 조용한 편이다. 푸조 디젤차의 노하우가 엿보인다. 그러나 외부 소음은 어쩔 수 없다. 진동도 살짝 느껴지긴 하나 일반적인 디젤차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유럽차답게 약간 무거운 편이다. 이 느낌은 국산차보다 약간 무겁다는 말이지, 돌리기 힘들 만큼 무겁다는 소리는 아니다. 여성운전자라도 수월하게 조작할 수 있는 무게를 지니고 있다. 반응도 썩 괜찮은 편이다.

1.6ℓ 디젤엔진과 수동변속기 기반의 MCP를 얹었다. 이미 308MCP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3008에도 똑같은 파워 트레인이 올라갔다. MCP의 특성답게 기어레버는 R-N-A-M으로 단순하다. 수동 기반이어서 "P" 항목이 없다. 주차 때에는 반드시 N의 위치에 기어를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야 한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채용한 덕택에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채워진다. 출발할 때도 가속페달을 밟는 것만으로 간단히 주차 브레이크가 풀린다.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저속의 변속 충격은 여전하다. 특히 "A"모드에서 심한데, 최근 부드러운 변속을 선호하는 추세에 못 미친다는 소견이다. 하지만 MCP를 얹어서 얻는 이점 탓인지 조금 불편한 변속감도 참아낼 만하다. 또한 "M"모드에 놓고 패들 시프트나 기어 레버로 직접 변속 타이밍을 맞춰서 변속하면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든다. 그런 까닭에 정지했다가 출발하는 경우 출발과 가속이 조금 더딘 편이다. 도심에서는 성질 급한 뒤차의 원성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속 80km 이상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1.6ℓ라는 엔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순발력이 좋다. 3008의 토크가 24.5kg·m라는 것을 생각하자. 타사의 2.0ℓ이상 급 SUV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110마력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을 토크로 보완하는 셈이다.

코너링에서는 역시 푸조답다. 처음에는 차 높이가 1,640mm로 308보다 약 100mm 높아 코너링에서도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움직임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코너를 빠져나오는 느낌도 재빠른 편이다. 이는 프랑스 도로의 특성 때문이다. 좁고 골목이 많은 탓에 민첩한 코너링이 요구되는 것. 코너링에도 프랑스의 감성이 엿보인다. 3008에도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잘 갖춰놓았다.

직선 주로에서 가속 페달에 힘을 줘 속력을 내봤다. 시속 140km까지 무리 없이 올라간다. 직선 주행 안정성도 좋은 편이다. SUV지만 308 수준의 나쁘지 않은 흔들림을 선보인다. 가속 페달을 더 밟아봤다. 시속 160km대에 이르렀지만 1.6ℓ 엔진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느껴졌다. 3008의 최고 속도는 시속 180km다.

시승기간 동안 갑자기 기습 폭설이 내렸다. 몇몇 도로 사정은 최악이었지만 3008의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통합 주행 안정 시스템)가 재빠르게 간섭해 악조건 속에서 차체를 완벽하게 잡아줬다. 전륜 구동을 채택하고 있으나 4륜구동 못지않은 주행 안정성을 선보인다. 전자식 브레이크인 ABS의 개입도 좋은 편이다. 연료효율은 19.5km/ℓ로 동급 어떤 차보다 좋다. MCP의 진가는 여기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클린 디젤을 표방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38g/km로 억제했다.


▲총평
3008은 푸조가 최초로 시장에 선보이는 가족형 컴팩트 SUV다. 새로운 차를 제작하면서 브랜드의 장점을 그대로 녹여낸 점은 칭찬할 만하다. 앞선 스타일링과 높은 주행성능이 그것이다. 또한 외관 디자인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았던 내부 디자인이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변모한 점도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푸조가 가지고 있던 상품적인 단점을 완벽히 보완했다는 인상이다. 결론적으로 3008은 새로운 푸조의 전략제품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상품성과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바로 판매가격과 보혐료다. 3,800만 원을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이는 가격은 국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1.6ℓ 차의 가격대가 아니어서 쉽게 용납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타사 2.0ℓ급 소형 SUV에 견줘도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가격에 분명 비판의 소지가 있다. 또한, 보험 등급의 재조정으로 할증률이 50%대에 이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시승 /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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