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2012년부터 국내에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2012년에 양산을 하려면 전기차의 기획이나 설계 등 기본 윤곽은 이미 잡혀 있어야 맞다. 국내 자동차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한국 내 친환경 경쟁의 선두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계획은 순조로워 보인다. 게다가 든든한 지원군인 르노와 닛산 얼라이언스가 전기차 개발에 전력투구하면서 핵심기술에 관한 노하우 전수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양산을 한다 해도 문제는 국내 인프라 구축이다. 올해부터 저속 전기차가 등장해 차츰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겠지만 전국적인 충전망 확대는 쉽지 않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전기차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세금이다. 현재 자동차 관련 세금은 자동차에 직접 부과되는 것과 연료에 더해진 세금으로 나뉜다. 둘 모두 정부 재정의 10%가 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세금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전기차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충전망은 구축하면 되지만 무한정 세금 없이 전기를 쓸 수는 없다는 얘기다.
현재 전기차가 활성화 될 경우 세금 부과방식은 배터리에 직접 붙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소비자가 세금이 부과된 배터리를 구입한 뒤 다 쓰면 다시 새 것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또한 충전과 관련해서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일반 편의점, 주유소에 배터리 충전기를 설치해 전력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실제 몇몇 국가에서는 이런 제도를 통해 세금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때는 국내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가 단일화 돼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모양과 형태, 그리고 배터리 삽입 위치 같은 설계가 기본적으로 통일돼야 가능하다. 외장과 내장만 다를 뿐 기본 설계는 같은 전기차가 모든 완성차 업체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사마다 기술개발 방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은 반반이다.
두 번째는 따로 충전사업자를 두고 해당 지역에서 충전하는 전력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부과된 세금은 전력회사가 국가에 대신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전기차는 가정용 220V로도 충전이 가능해 충전사업자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탈세 문제가 남게 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충전하면 세금이 없는데, 충전사업자를 통할 경우 ㎾당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한다면 당연히 소비자는 충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집에서 충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가 활성화 되려면 무엇보다 현행 세금 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오랜 기간 배기량에 부과했던 세금에 전력 기준의 세금체계를 추가해야 하고, 유류세 안에 전력세를 따로 포함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지만 지금과 같은 세금 체계, 그리고 자동차나 유류세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 살림 구조를 감안할 때 세금 체계가 손질되지 않으면 전기차 활성화는 말 그대로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이 아무리 열심히 양산 전기차를 개발·생산한다 해도 보급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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