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충남 당진군 송악읍 기지시리. 농사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이른 3월부터 이 작은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이 무렵이면 한 해 농사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 4월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 열리는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무형문화제 제75호)" 준비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24일 이곳에서는 "큰줄 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관광객까지 500여 명이 참여해 "큰줄"을 꼬았다. 이날 지역 소방서 1층에는 부녀회가 준비한 국밥과 머릿고기, 인절미 등 군침 도는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졌다. 이윽고 힘든 하루를 마칠 때쯤이 돼서야 암줄과 수줄의 몸통부분인 큰줄을 완성했다.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에 쓰는 줄은 말이 줄이지 결코 줄이라고만 해서는 설명하기 힘들다. 암줄과 수줄을 합해 길이 약 200m, 지름 1m에 무게는 40톤이나 된다. 큰줄을 제작하려면 지름 4cm에 길이가 100m쯤 되는 새끼줄 수백 가닥이 필요하다. 새끼줄 70가닥을 꼰 다음 다시 합쳐 꼬아 중간줄을 만들고, 다시 그 중간줄 세 가닥을 하나로 꼬아야 가장 굵은 큰줄이 된다. 큰줄 양옆으로 "곁줄"을 이어붙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잡아당길 수 있는 "젖줄"을 촘촘하게 매달아야 비로소 기지시 줄이 완성된다.
이 어마어마한 줄을 당기는 기지시 줄다리기는 500년 역사를 이어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1973년에 지방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됐고 1976년 백제문화제 공연, 1981년 국풍 81 참가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마침내 1982년 6월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고시됐다. 본디 윤년이 드는 해마다 송악읍과 당진군 주민들이 참여해 줄다리기 행사를 벌여오다가 2009년부터 해마다 축제를 열기로 결정했다.
올해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4월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다. 첫날인 7일에는 당제와 용왕제, 시장기원제를 지내며 경건하게 보낸다. 다음날인 8일에는 축제 개막식을 하고 축제의 하일라이트인 줄다리기 행사는 마지막날인 10일에 열린다. 줄다리기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기지시 줄다리기 홈페이지(www.gijisi.org)에서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거대한 줄을 당기는 것이어서 올해도 많은 관광객들의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축제기간 동안 "제8회 아시아줄다리기선수권대회" "농악경연대회" "투호대회" "씨름대회" 등 다양한 경연대회가 함께 열린다. 국제줄다리기심포지엄(9일)과 충남민속방문의해 선포식(10일) 같은 뜻깊은 행사들도 마련돼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는 어떨까? 줄다리기뿐만 아니라 장승·솟대 제작, 국궁 체험, 줄다리기 탁본, 도자기 제작 등 20여 종의 체험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먹을거리 장터에서는 실치회, 간재미무침처럼 4월 당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철 별미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갈 경우 기지시는 당진의 관문과 같다. 서해안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당진은 구경거리가 많은 동네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를 즐긴 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합덕수리민속박물관이나 삽교호 함상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신선한 횟감과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는 당진의 바닷가나 포구들을 찾아다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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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덕 수리민속박물관 |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왜목마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일출, 일몰, 월출 광경까지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 작은 마을을 찾아든다. 동해안의 일출이 장엄하다면 이곳의 일출은 소박하면서 서정적이라는 평. 바닷가에서 보는 일출도 좋지만 79m의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 풍광까지 한눈에 조망하며 또 다른 느낌으로 일출과 일몰을 지켜볼 수 있다.
▲ 드라이브 메모
서울에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를 건너 당진 나들목을 나와 좌회전, 오른쪽 고가도로로 올라서서 1~2분 달리면 나오는 첫째 마을이 기지시다. 기지시로 들어서서 고가도로 아래에서 좌회전하면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행사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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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교호 함상공원 |
▲ 당진의 별미, 간재미무침과 실치회
홍어와 가오리를 닮은 간재미는 뼈가 물렁하고 살이 담백해지는 4월이 제철이다. 무침이나 찜, 회, 매운탕, 튀김으로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다. 특히 간재미 무침은 매콤하면서 새콤달콤한 양념과 쫀득한 육질의 조화가 으뜸이다.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의 성구미 포구에서 고소한 간재미회를 맛볼 수 있다. 성구미 포구는 왜목마을과 함께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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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치회 |
이맘때 당진의 또 다른 명물은 실치(뱅어)회다. 그물에 걸리면 1시간 안에 죽어버리는 탓에 산지가 아니면 회로 맛보기 어렵다. 실치회는 그냥 먹기도 하고 오이와 배, 당근, 들깻잎 등 갖은 채소와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기도 한다. 왜목마을 일출의 배경이기도 한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리의 장고항이 전국에서 가장 큰 실치 산지다.
▲ 당진 숙박정보
당진군과 송악읍 일대는 발길 닿는 곳마다 관광지인 만큼 깨끗한 숙박시설도 곳곳에 많다. 인터넷 당진문화관광 사이트(tour.dangjin.go.kr)에서 "편안한 잠자리"를 검색하거나 전화(041-350-4791~4)로 문의하면 여행지별로 깨끗한 잠자리를 추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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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군 관광안내도 |
권수영 편집위원
autotimes@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