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승용차용 타이어에 에너지효율을 나타내는 등급표시를 부착토록 하는 `타이어 효율등급제도"를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승용차 타이어 제조ㆍ판매사는 타이어의 노면과 마찰력을 나타내는 회전저항 및 젖은 노면의 접지력(제동력)을 측정해 각각의 등급을 제품에 표시해야 한다. 회전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쓰면 자동차의 연비가 좋아지지만 제동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이 두 가지 성질을 등급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서로 반비례 관계인 회전저항과 제동력의 등급을 1∼5단계로 나눠 표기토록 할 방침이다.
지경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일단 교체용도로 판매되는 여름용 승용차 타이어에 한해 1년간 시범 실시한 뒤 미국ㆍ일본ㆍEU의 시행시기에 맞춰 2012년 하반기부터는 효율등급 부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따라서 타이어 효율등급제도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시행 예정인 타이어관련 규제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타이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평소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뺏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효율등급만 따지다 보면 운전 스타일이나 차의 특성에 알맞은 타이어를 고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어서다.
타이어 가격 인상도 우려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타이어 가격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다가 막상 타이어를 교환할 때 가격을 알고는 비로소 "비싸다"고 생각한다. 타이어제조사들은 이 같은 점을 악용, 그 동안 슬그머니 제품가격을 인상하곤 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을 빌미로 타이어 가격을 더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이어 효율등급제 도입이 기업의 제품가격 인상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으로선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나름대로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니 가격을 더 올려도 될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실제 일부 업체는 등급제 도입을 앞두고 내심 가격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올리는 건 시간문제일 뿐 명분을 얻기만 기다리는 셈이다.
타이어 효율등급제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선택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이 이익증대의 기회로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차단시켜야 한다.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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