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라 돌의 사연을, 지켜보라 돌의 미소를…

입력 2010년05월07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카메라를 들이대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렌즈를 바라보는 동자, 햇살을 핑계삼아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멋쩍음을 애써 감추는 부처님, 단체촬영을 위해 대숲 앞에 모여선 문인석들은 홀(笏)을 든 팔 아래로 관복 소맷자락을 늘어뜨린 채 굳은 표정을 미처 풀지 못하고 섰다. "모두들 긴장 푸시고~ 자, 여길 보세요 여길! 김치~" 순간, 그들이 와락 웃는다. 봄햇살같은 노란 웃음이다.

특별전시관의 문인석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에 있는 세중옛돌박물관을 찾으면 돌 속에 숨은 미소를 만날 수 있고, 돌 속에 숨어 있는 사연을 들을 수 있다. 다양한 전통 석물 1만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세중옛돌박물관은 2000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석조유물박물관이다. 계곡을 따라 1만8,000여㎡에 조성한 박물관은 돌조각품을 실내전시장이 아니라 자연 속에 전시해 조각품이 간직한 멋을 고스란히 살렸다.

옛돌박문관 입구


박물관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길 양쪽으로 테마별 석조물을 전시했다. 제1관인 장승관에는 솟대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장승들을 모았다. 왕릉과 사대부가의 묘에서 망자의 혼을 지키고 위안하던 문인석과 무인석도 여럿 있다. 문인석은 문관을 상징하며 머리에는 복건을 쓰고 손에는 홀을 지니고 있다. 반면 무인석은 갑옷을 입고 있으며 무인의 상징인 칼을 차거나 쥐고 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서 마을에 들어오는 악귀와 외적을 막아주던 장승과 벅수의 모습은 인간사의 모든 감정들, 희로애락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수더분하고 어수룩하며 익살스럽게 묘사한 얼굴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조병화 시비


사대부묘를 복원해 놓은 전시관은 우리나라 양반가문의 묘제 양식과 흐름을 보여준다. 지방관으로 걸음을 옮기면 지방색이 뚜렷하고 석질과 모양이 다른 문인석과 석수, 동자석을 볼 수 있다. 불교관으로 가면 불상, 석탑, 부도, 광배 등 불교관련 유물들이 기다린다.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부도는 다른 석조물과 달리 부도에 따르는 탑비를 건립해 부도의 주인공이 누구이며, 그의 생애나 행적을 비롯해 당시의 사회와 문화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다양한 석등과 석종들 사이에 자애로운 미소를 띤 약사여래입상과 키다리 마애불이 시선을 끈다.

실내전시관


이렇듯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진 전시관 열네 곳에는 높이 올라서 먼 곳까지 마을의 안위를 살피던 솟대,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다 그대로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 귀여운 모습으로 지나던 나그네의 발길을 붙드는 동자석, 제주의 상징이 된 돌하르방, 마을의 효자를 표창하고 기리는 효자석 등 돌로 만든 옛 물건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키다리 미륵불


생활유물관에는 그야말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자방아, 맷돌, 다듬이돌, 우물돌, 돌솥을 전시해 눈길을 끈다. 특히 특별전시관에는 일본에 몰래 넘겨졌다 되돌아온 동자석 등 우리 석조문화재 7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갸웃거리며 포즈를 취한 동자석


수많은 전시물을 보다 보면 언뜻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저게 뭐지?"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그럴 때는 각 전시관마다 자세한 설명을 적은 안내판이 있어 쉽게 이해를 도와준다. 아이와 함께한 나들이라면 말없는 돌을 사이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나들이가 될 듯하다.

남근석


*맛집

지방관에 전시된 장승들
주변에 리조트와 골프장이 있어 오랜 손맛을 자랑하는 맛집들이 많다. 20년 넘게 청국장과 손두부를 만들어 온 토속음식점 금성(031-338-3366), 양지파인리조트 입구에 위치한 여울목해장국(031-321-0134)은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박물관 입구에 자리한 시골농장가든( 031-339-6600)은 유황오리구이전문점, 콩마당(031-338-0821)은 100% 국산 콩으로 만든 콩요리 전문 음식점이다.



표정 있는 장승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양지나들목에서 나와 고가도로에서 우회전, 양지 4거리에서 아시아나골프장 방향으로 가면 박물관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아들낳기를 기원한 기자석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인간사 애환 담은 장승들
생활관
제주도의 화장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