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에서 일반도로를 막고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진행합니다."
얼마 전 한 자동차 튜닝 업체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이다. 이 솔깃한 행사의 내용은 인제군 446번 지방도로의 일부 구간을 차단, 와인딩 도로 주행강습과 이벤트 드라이빙을 진행한다는 것. 평소 이 도로는 차의 통행이 적고 굽은 길이 많은 데다 고저차가 심해 와인딩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문제는 "안전"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튜닝업체인 "S-Motors"는 10명에서 20명 사이의 참가자를 모집, 1인당 15만 원씩 받고 유료 드라이빙 교육을 계획했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결국 취소하고 말았다. 안전 사고를 대비한 대책도 없는 데다 현실적으로 일반 도로를 막고 행사를 진행하려 한 점에서 무리라는 동호인들의 평이 많았다. 게다가 주최측은 공지사항에서 "인제군의 요청과 지원"을 언급했지만 확인 결과 인제군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인제군청 관계자는 "도로를 활용할 방안을 내부적으로 모색한 건 맞다"며 "하지만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튜닝업체는 들어본 적도 없고, 그나마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한 게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분명히 인제군에서 지원하는 건 없다"면서 "협의가 안된 상태에서 무리수를 둔 만큼 업체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취소될 걸로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행사 주최측은 "페이스카도 갖추고 안전하게 진행하려 했다"며 "나중에라도 허가를 받을 줄 알았고 무엇보다 실제 도로를 달리는 요령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행사에 참가하려 했던 몇몇 메이커도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 참가 예정 업체로 언급된 어울림모터스와 로터스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왔다. 어울림모터스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참석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차를 지원하는 것 또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로터스도 "로터스 고객들이 행사에 참가한다기에 차 한 대를 가지고 가려 했지만 안전 문제도 있고 해서 참가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일반 도로를 막고 행사를 진행한다는 데서 오는 안전 불감증을 우려했다.
사실 이번 행사는 동호인들이 함께 달리는 것을 넘어 허가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도로를 막고 "유료 드라이빙 스쿨"을 개최하려 했다는 게 문제였다. 주최측의 말대로 아주 적은 참가자만 참여할 예정이면 굳이 공지를 띄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자치단체의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일반 도로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칫 무리하게 강행했다면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취소는 차라리 잘 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달리는 쾌감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들의 말대로 국내에서 제대로 한번 달려볼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달릴 때 달리더라도 안전은 최대한 확보돼야 한다. 이번에 무산된 행사가 더욱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성숙된 행사로 다시 치러지기를 바랄 뿐이다.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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