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드라이빙 행사' 알고 보니 도둑질까지

입력 2010년05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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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에서 일반 도로를 차단하고 "유료 드라이빙 스쿨" 개최를 시도했다 무산된 행사가 실제로는 "제안서 가로채기"까지 저지른 졸속 행사임이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행사를 함께 기획했던 인제군은 뒤늦게 문제가 드러나자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하는 등 자치단체의 거짓 대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한 A씨에 따르면 행사는 지난 2008년 11월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토 결과 해당 지방도로의 굴곡과 고저가 심해 "안전"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1월 행사 주최측이 기획서를 다시 요청, A씨는 제안서를 다시 보냈다. 그러자 기획자인 A씨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행사가 열린다는 공지가 게재된 것.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아무런 상의없이 주최측이 도용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기획서를 보낸 A씨는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3년 전부터 기획한 행사인데 너무 화가 나 말도 안 나온다"며 "1월에 제안서를 다시 보내달라 해서 보내줬더니 기획 내용만 도둑질 당했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행사를 주최한 당사자들도 평소 잘 아는 사람들이고, 해당 자치단체인 인제군과도 웬만큼 논의가 진전된 건 사실"이라며 자치단체와의 연관성을 시인했다. 인제군청이 지난 18일 밝힌 것처럼 "외부와 논의한 적 없다"는 말은 거짓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정황을 제시하자 인제군청 관계자는 "지역 행사와 관련된 내용은 대외비 성격을 지닌 게 사실이라 섣불리 밝힐 수 없었다"며 "446번 도로를 활용한 행사 제안이 들어와 기획 단계에서 논의한 건 맞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행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A씨는 "446번 도로는 매우 위험한 구조여서 안전 사고 발생이 우려돼 검토 단계에서 행사를 취소된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빼앗긴 건 둘째 치고 위험한 행사가 취소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 기획자조차 행사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이번 행사 취소가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심지어 집단 사기극(?)에 자동차 마니아들이 놀아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자치단체의 경우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어 내용을 모를 수 있다 해도 행사 주최측이 제안서 가로채기도 모자라 위험한 행사를 억지로 추진하려 했다는 점은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무리하게 문화행사를 하려 했고, 주최측도 행사를 일단 치루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열릴 비슷한 행사들도 안전 대책을 철저히 검증하는 작업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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