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물결 넘실대는 부처님 오신 날

입력 2010년05월2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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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전국의 크고 작은 절집들마다 색색의 연등 행렬이 봄꽃보다 아름답게 세상을 밝히고 있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고찰 칠장사 절 마당에도 연등 물결이 넘실댄다. 대웅전 앞 석탑은 연등 속에 몸을 감췄다. 석탑이 숨바꼭질하는 절 마당 한쪽에는 동자석상이 고개를 빼고 뭔가를 기다린다. 혼탁한 세상을 밝히는 부처님의 미소일까. 신록과 봄꽃과 오색연등이 어우러진 칠장사의 5월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절 마당을 수놓은 연등


칠현산 기슭에 있는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에 자장율사가 세운 고찰로 고려 현종 5년(1014년)에 혜소국사가 중수한 뒤 여러 차례 건물을 중건·보수해 오늘에 이른다.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혜소국사가 현재의 비각 자리인 백련암에 수도할 때 7명의 악인을 교화시켜 7인 모두 도를 깨달아 칠현(七賢)이 되었으므로 산 이름을 칠현산이라 했다고 한다. 또 이들 일곱[七] 현인이 오래[長] 머물렀다고 해 절 이름을 "칠장사(七長寺)"로 했다고 전한다.

절로 가는 길


그런 만큼 칠장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벽초 홍명희의 역사소설 <임꺽정>에 나오는 일곱 도적과 병해스님 얘기도 바로 이곳에서 나왔다. 조선 명종 때인 1560년, 생불로 추앙받던 병해대사는 칠장사에서 입적했는데 그가 바로 임꺽정의 스승이었다고 한다. 임꺽정은 스승을 위해 목불을 조성했는데 지금까지 보전되고 있다.

절 입구의 부도들


혜소국사가 악인에서 현인으로 바꾼 일곱 주인공을 모신 나한전에는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32세까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던 박문수가 칠장사를 찾아 기도를 드리고 장원급제를 하자 나한전은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試)"의 현장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래서 지금도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나 큰 시험을 앞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천왕문


그 밖에도 신라 47대 협안왕의 서자인 궁예가 13세까지 칠장사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활 연습을 한 활터가 남아 있다. 그리고 조선 인종 때인 1623년 인목대비는 광해군에게 희생된 자기의 아버지 김제남과 영창대군을 위해 칠장사를 원당(원찰)로 삼고 크게 중수했는데 그때 하사한 5불회괘불과 친필 족자가 지금도 남아 있다.

5월의 칠장사


한때 대웅전을 비롯대 건물 56동이 있을 만큼 번창했으나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은 대웅전을 비롯해 원통전, 명부전, 나한전, 사천왕문, 산신각, 음향각이 남아 있다. 창건 이래 여러 차례 전란과 화재로 중건과 중수를 거듭해 온 대웅전은 숙종 29년(1703)에 지어 지금까지 온전히 남았다. 법당 안에는 각 벽면에 탱화가 걸렸고, 천장에는 닫집과 용 문양 그림 등 갖가지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어 더없이 화려하다.

대웅전


오랜 연륜을 가진 만큼 칠장사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다. 국보(제296호)로 지정된 5불회괘불탱화와 보물로 지정된 3불회괘불탱화, 혜소국사비와 봉업사지 석불입상도 보물로 지정됐다. 고려 문종 14년(1060년)에 세운 혜소국사비는 화강암과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비신은 중간이 절단되는 등 심하게 망가졌지만, 귀부와 이수의 조각이 힘차며 비신 양 옆의 쌍룡조각도 화려하다.

600년을 산 나옹송


이밖에도 당간과 지주, 부도 무리도 절 주변에 흩어져 있다. 특히 절 입구에 있는 철 당간지주는 고려 때의 것으로, 청주 용두사지와 갑사에서만 볼 수 있는 극히 드문 문화재다. 전하는 말로는 칠장사의 풍수적 형국이 "행주형(行舟形)"이므로 이 당간은 배의 돛대를 상징한 것이라 한다. 바위 위에 주춧돌을 놓고 지은 나한전 뒤쪽에는 나옹스님이 심은 것으로 알려진 600년 묵은 소나무, 나옹송이 꿋꿋한 기상을 자랑하며 칠장사를 찾아온 불자들을 맞이한다.

동자석상


* 맛집

철 당간지주
칠장사 가까이 녹색체험마을인 칠장리마을과 구메농사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복조리마을"로 알려진 구메농사마을(070-7098-3096)은 복조리 만드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을에 조성된 연못에서 나온 백련을 이용해 만드는 연잎차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쑥차 만들기, 뽕잎차 만들기, 댓닢차 만들기, 감잎차 만들기 등이 가능하다. 마을 곳곳에는 독립형 숙박시설이 있어서 하루 묵으며 조용히 쉬어가기도 좋다. 너와골(031-674-0314), 물레방아순두부(031-673-1399), 토성묵집(031-672-7785) 등이 있다. 칠장리마을의 특산물인 미꾸라지, 장어를 이용한 추어탕, 장어구이 등도 맛볼 수 있다.



봉업사지 석불입상
*가는 요령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안성 평택 방향으로 간다. 4km쯤 가다가 17번 국도로 옮겨 타고 진천 청주 방향으로 4km 남짓 더 가면 칠장사 입구가 보인다. 우회전해 진입로를 따라 쭉 들어가면 주차장이다.

혜소국사비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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