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에서 나와 안성 방면으로 조금만 가면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다. 안성이나 진천, 음성으로 가는 차들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곤 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에는 다양한 전설과 사연이 숨쉬는 유적지와 문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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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 밖에 영산홍이 환하게 피었다 |
마을 뒤 비봉산에 오르면 고려 때 쌓은 죽주산성이 기다린다. 산성까지 오르려면 땀깨나 흘려야 되지 않을까 싶지만 자동차가 산성 입구까지 올라가므로 걱정 안 해도 된다. 현재 성의 둘레는 1,688m, 높이 2.5m쯤 되며 부분적으로 수리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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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주산성 남문(1) |
고려 때 몽고군이 쳐들어오자 송문주 장군이 이곳에서 적을 맞아 15일 동안 싸워 물리쳤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왜군과 벌인 전투가 치열했던 격전지였다. 군사적 요충지이면서 충청·전라·경상도의 삼남과 서울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충지였던 이곳은 조선시대 때 그 어느 지역보다 중요했던 곳이다.
성 안에는 몽고 침입 때 큰 공을 세운 송문주 장군의 전공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성곽을 밟아 산정으로 오르면 저 멀리 안성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걸음 한 걸음 산성을 오를 때면 송문주 장군과 누이의 전설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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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주산성 남문(2) |
송문주 장군은 어려서부터 그 됨됨이가 남달랐다고 한다. 홀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편애했는데 누이 송희는 그것을 질투해 동생을 없앨 모략을 꾸몄다. 그래서 동생에게 내기를 제안했는데, 하룻밤 동안 송문주는 굽 높은 나막신을 신고 송아지를 끌고 개성에 다녀오고, 자신은 성을 쌓기로 한 시합이었다. 만약 약속한 날 아침밥을 먹기 전까지 그 모든 것을 끝내지 못하면 지는 사람은 자결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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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았다 |
내기가 시작되자 송문주는 개성을 향하여 떠나고 누이는 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새벽, 어머니가 아침밥을 지으려 일어나 보니 송희는 벌써 성을 다 쌓고 성의 남문을 달려고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개성으로 간 아들은 그때까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질 것을 두려워해 뜨거운 팥죽을 끓여 딸을 찾아갔다. 밤새 굶어 시장할 테니 우선 요기라도 하라며 팥죽을 권했다.
송희는 시장하던 참에 팥죽을 먹고 성문을 달아도 충분할 것 같아 뜨거운 팥죽을 후후 불면서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송문주가 개성에서 돌아왔고, 송희는 그제서야 어머니에게 속은 것을 알았으나 약속을 지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결할 때 송희의 목에서는 선혈과 함께 푸른 새 한 쌍이 나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는데 뒷날 송장군이 몽고군과 싸우다가 패하기 3일 전에도 그때와 같은 푸른 새 한 쌍이 날아가며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송희의 원혼이라 하며, 남문이 없는 것도 그때 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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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성곽을 보수해 잘 단장해 놓았다 |
죽주산성 아래 마을 매산리로 발길을 돌리면 거대한 미륵불이 기다린다. 키가 무려 4m 가까이 되는 미륵이다. 미륵당이라고 불리는 누각에 모셔져 있는데, 그러니 이 누각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 몸 전체의 1/3 이상을 차지한 얼굴과 투박한 조각이 균형 있는 모습은 아니다. 길쭉하게 찢어져 하얀 칠을 한 눈이 여느 미륵불과 다른 인상을 준다. 괜히 그 앞에서 주춤거리게 되는 것은 날카로운 그 눈빛 때문인지, 죄 많은 중생이기 때문인지…. 하지만 둥근 귀는 어깨까지 닿을 만큼 길게 늘어져 소원을 빌러 온 중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미륵의 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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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단장된 성벽 |
미륵불 앞에는 5층 석탑이 있다. 탑신이 닳은 석탑은 지금 있는 자리가 본디 자리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일반적인 모습을 한 석탑으로 화강석의 각 부재가 정연하고 짜임새 있게 결구돼 있으며 규모는 작은 편이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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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위에 오르면 안성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
17번 국도변에 위치한 송삿갓(031-672-3838)은 흙으로 만든 아담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안성시가 지정한 모범음식점답게 깔끔한 음식 맛을 선보인다. 신선한 야채와 좋은 경기미, 1등급 한우, 도드람 포크를 기본으로 한다. 대표 메뉴인 갈비탕을 비롯해 버섯탕, 보쌈, 생소금구이, 냉면 등이 있다. 역시 17번 국도변에 있는 옛마당(031-673-8847)은 청국장 전문 음식점. 우리 콩으로 만든 청국장과 된장, 손두부를 집에서 만들어 판다. 1,000평 넘는 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감칠맛 나는 밑반찬이 입맛을 돋운다.
*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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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입상 |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에서 나와 안성 쪽으로 38국도를 탄다. 약 1.7㎞ 가면 제2죽산교가 나오는데 이 다리를 건너 우회전, 용인 방면 17번 국도로 옮겨 탄다. 국도 왼쪽 마을이 미륵당이 있는 매산리다. 미륵당 마을에서 500m 더 가면 죽주산성 입구가 보인다. 좌회전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8부 능선까지 오르면 주차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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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큰 불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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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입상 곁에 있는 석탑 |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