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HD, YF쏘나타, SM5, 싼타페, 모닝, K7…. 국내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는 여간해서 변하지 않는다. 자동차 브랜드별로 정해진 베스트셀링카는 신차시장에서나 중고차시장에서 모두 선전 중이다. 한국은 유독 인기 모델 편중현상이 심한 편이다. 인기있는 모델의 독주도 길다. 아반떼 시리즈와 쏘나타 시리즈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스트셀링카로 등극해 온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안 팔리는" 모델 가운데에서도 "숨은 진주"는 있는 법. 중고차사이트 카즈 데이터리서치팀에서 브랜드별로 판매량은 낮았지만 고객만족도와 성능은 우수했던, 숨은 진주를 찾아 봤다.
▲현대 클릭
젊은 운전자의 엔트리카 그룹에 속하는 클릭은 2002년에 출시돼 국내의 좁은 소형차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델이다. 국내에서 소형차의 위치는 기아차 모닝, GM대우 마티즈 등 소형차보다 세제 혜택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경차와 배기량이 큰 준중형 사이에 끼어 판매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경차와 차별화되지 못하는 "밋밋한" 디자인이라는 평을 듣던 클릭은 지난 4월 342대가 팔렸고, 2010년 1분기 전체 판매대수는 1,821대밖에 안돼 현대차에서도 가장 낮은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기없던 클릭은 해외에서 날개를 달았다. 2009년 초 클릭은 인도의 자동차 조사 기관 TNS가 발표한 "종합 고객 만족도"의 상급 프리미엄 소형차급에서 종합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해외에서 "겟츠"란 이름으로 활약하는 클릭은 2005년도에도 인도에서 고객들이 최고의 차로 선정한 경력이 있으며 2010년 3월에는 호주에서 소형차 부문 시장점유율 17%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경차의 위세에 눌려 제 활약을 하지 못한 클릭이 해외에서 비로소 날개를 펼친 셈이다. 한편, 중고 클릭는 카즈 기준으로 2009년식 1.4 등급이 800~900만 원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기아 뉴 카렌스
과거의 영광은 지나갔다. 누적판매대수가 26만 대에 될 만큼 카렌스는 1999년 첫 출시 이후 실용성·경제성·스타일 등 세 요소를 고루 갖춘 미니밴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이후 LPG 가격이 급등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열풍이 불며 미니밴(CDV)의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카렌스도 판매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4월 뉴카렌스의 판매실적은 321대. 1분기 전체 판매실적도 1,834대밖에 안된다. 그러나 카렌스의 진가는 아직도 유효하다. 2008년 12월 미국 자동차 구매가이드 웹사이트 "컨슈머가이드 오토모티브"가 발표한 "2009 최우수 추천차"에서 카렌스가 "최우수 가족차"로 선정됐다. 또한 모터트렌드 4월호가 고객 만족도가 높은 8개 차급 40개 모델을 선정하는 "미국의 차량 Top 40"에 카렌스를 올렸다. 작년 9월 기아차는 2010년형 뉴 카렌스를 출시하면서 경쟁력 있는 가솔린 모델을 추가하고, 안전성을 강화한 패밀리 트림을 신설해 고급스러움을 강화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뉴카렌스는 2009년식 GLX 최고급형이 1,500~1,600만 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GM대우 윈스톰 맥스
2006년 출시한 GM대우의 첫 SUV 윈스톰은 유럽형 편의품목과 단단한 승차감 그리고 뛰어난 가속성과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갖춘 고급형 SUV다. 윈스톰의 페이스리프트 모델격인 윈스톰 맥스는 2008년 출시했는데, 올해 4월 판매대수는 333대로 싼타페나 스포티지에 밀려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윈스톰 맥스는 오펠에서 설계하고 GM대우가 OEM 방식으로 제작해 "오펠 안타라"란 차명으로 유럽에 수출하던 것을 국내에서 판매한 차다. 유럽 수출형과 내수형이 크게 차이가 없고 유럽에서 혼다 CR-V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데 국내에서는 CR-V보다 가격도 싸다. 중고차시장에서 윈스톰은 인기 SUV 가운데 하나인데 2010년식 7인승 윈스톰이 2,200~2,300만 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르노삼성 QM5
2007년 출시된 최초의 르노삼성의 첫 CUV인 QM5는 SUV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세단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반영한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평을 받는다. QM5는 출시 때부터 국내 최초로 적용된 각종 편의품목이 화제였다. 탁 트인 개방감으로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 프리미엄 차에만 적용하던 조이스틱 내비게이션, 보스 사운드로 고급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 1,475대가 팔려 동급 1인자 투싼의 10분의 1도 안되는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고객만족도와 판매실적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자동차 전문 리서치 회사인 "마케팅 인사이트"가 7개 부문에 걸쳐 "2009 자동차 기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8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QM5는 SUV 상품성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탁월한 품질을 입증했다. 카즈에서는 QM5 2009년식이 2,000~2,200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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