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인심과 정겨움 살아 있는 시골 5일장

입력 2010년06월18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왁자지껄한 구경거리는 사라졌지만 시골 5일장 구경은 여전히 흥겹고 푸근하다. 털 빠진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던 늙은 약장수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어도 반가운 인사와 넘치는 인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장날 풍경


3일, 8일에 장이 서는 풍산 5일장은 하회마을 가는 길목인 안동시 풍산읍 안교리에 있다. 안동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하회마을과 바로 이웃하고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풍산 장이 서는 날에는 장 구경을 온 외지인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소문난 풍산한우도 맛보고 5일장의 추억도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장터 입구


풍산읍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3년부터 20억 원을 들여 지금의 장터 모습을 갖춰 왔다. 토박이 사람들은 반듯하게 정리된 시장 모습을 낯설어 하지만, 나름의 멋과 정취를 간직한 풍산장은 안동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옛 가옥을 재현한 점포들


솔직히 장터 모습은 소박했던 옛날과 달리 아주 많이 변했다. 기와를 얹어 좀 객쩍어 보이기까지 한 높다란 장터 출입구며 비와 해를 막아주는 가림막, 반듯하게 정리된 좌판과 거리 등은 옛 모습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초가와 기와를 얹은 음식점 건물들도 속이 빤히 보이는 민망함 같은 게 느껴진다.

장터 쉼터인 정자


하지만 장터를 찾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금니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무실할매도, 허리를 삐끗해 한동안 거동을 못했던 선바우댁도 풍산장날이면 만날 수 있다. 색깔이 너무 고와 입기 "남사스럽다"는 풍기인견 치마를 입고 온 구담댁은 며느리가 해준 것이라며 은근히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들에게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반갑고 친근한 얼굴을 만나는 자리다.

옛 모습 음식점


장이 열리는 시간은 대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지만 오후 3시를 넘어서면 거의 파장 분위기다. 풍산장에 나오는 상품들은 거의 모두 인근 지역 사람들이 텃밭에서 키워 낸 채소류와 곡식류. 넉넉하게 상품을 갖춰 좌판을 여는 장사꾼들도 있지만 한보따리도 채 안 되는 호박이나 가지, 상추 따위를 내놓고 파는 할머니들이 많다. 5일마다 장이 서는 곳을 찾아다니는 외지 장사꾼들은 주로 이불이나 옷가지, 신발과 생활용품을 판다.

한우 전문점


풍산장을 부활시킨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한우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한우불고기축제가 정착된 뒤 이곳에는 여러 한우전문식당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풍산한우촌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로 중간 유통과정을 없앤 덕분에 시중 절반 값으로 품질 좋은 한우를 먹을 수 있다.

온갖 씨앗들


이장들로 구성된 이장한우작목회가 운영하는 "풍산이장한우식육점"을 비롯해 13개 한우 농가가 모여 식육점과 식당을 운영하는 "황소곳간"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이밖에도 장터 일대에는 봉화식당, 한성식당, 사옹원, 이조식육 등 식당 20여 곳이 풍산한우를 선보인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들


서울에서 풍산 5일장을 구경 왔다는 한 새댁은 7살, 4살 두 딸에게 하얀 고무신을 사 즉석에서 갈아 신긴다. 새 신을 얻어 신고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신발 좌판 옆 과일전 주인이 "고것들 너무 예쁘다"며 토마토 몇 개를 건네준다. 푸근한 인심과 정겨움이 살아있는 시골장 나들이에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불전


*맛집

주인은 어디가고
이장한우(054-858-2043)는 풍산읍 34개 마을에서 키운 순 100% 안동한우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마을이장이 직접 운영하는 업소인 만큼 순 한우만을 취급하고, 고기는 600g을 정량으로, 당일시세를 적용해 팔고 있다.



한쪽에는 가축시장이
*가는 요령

동서울 나들목 →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안동 방향 → 서안동 나들목에서 나와 국도 34번을 타고 예천·풍산 방향으로 간다. 하회마을 가는 924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풍산읍내가 나온다. 장터는 읍내에 있다.

점심은 대충 이렇게
하얀고무신 자매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