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UAW 움직임 주시

입력 2010년06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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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미국 시장에서 선전 중인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업계의 최대 노동조합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집행부가 교체됨에 따라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16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UAW 총회에서 강경파인 밥 킹이 신임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되고, 그가 취임 일성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도요타 등 아시아 자동차 회사에서 노동자를 조직화하는 것이 최근 수년간 노조가 경기침체 여파를 인정해 양보해온 것들을 되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되고 있다.

밥 킹 위원장의 발언은 8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UAW가 이미지의 추락과 교섭력 상실로 최대 150만 명에 달하던 조합원수가 35만명으로 축소될 만큼 쇠락함에 따라 더이상의 추락을 막으려는 안간힘 성격이 다분히 내포돼 있다. 하지만 미 자동차 경기가 차츰 살아나면서 그동안 미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내는 대가로 희생했던 급여 삭감, 건강보험 및 연금 혜택 축소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이를 원상복귀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려는 포석도 있다.

이를 위해 노조가 강한 디트로이트 등 북부 지역 대신 앨라배마, 조지아, 미시시피, 켄터키 등 남부 벨트에 집중적으로 들어선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계 자동차 업체들을 1차 타깃으로 삼고 나선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를 반증하듯 UAW는 최근 기아차 조지아공장(KMMG)이 들어선 웨스트 포인트를 비롯해 일본, 한국 등 외국 자동차 업체가 들어선 남부 주요 지역에 활동가를 파견해 노조설립을 위한 탐색전을 전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 보틀링사에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남부 서배너에 올해 완공된 일본 미쓰비시 발전공장 종업원들을 겨냥해 인근 고속도로변에 홍보판을 설치하는 등 공세적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현지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와 기아차도 UAW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작년말부터 쏘렌토 양산체제에 들어간 KMMG는 종업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복지혜택을 최대한 제공하고, 불만사항 등을 사전에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경영진들이 종업원들과 무작위로 간담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고, 문제 직원을 해고할 경우 종업원 대표가 참석해 의견을 개진토록 하고 있다. 또 사내 뉴스레터를 발행해 회사의 기본정책과 복지 정책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회사가 생산 중인 쏘렌토 3대를 종업원들이 추첨을 통해 주말과 휴일에 무료료 이용토록 하는 `위크엔드 드라이버 프로그램"도 시행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KMMG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양산을 시작한 이후 6월 중순까지 쏘렌토를 5만8천여대 생산 중이며, 하루 2시간씩 연장근무를 할 정도"라면서 "직원들이 노조의 설립 필요성을 못 느끼도록 각종 정책과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KMMG는 현재 9월말부터 실시할 2교대 생산에 대비해 7월말까지 600여 명을 추가 선발한다는 계획아래 이중 절반 이상을 뽑아 교육 훈련 중이며, 1차로 200여 명의 직원들을 이달중순 한국으로 파견해 기능교육과 함께 한국문화 교육도 받게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5개월간 온라인으로 받은 구직자 모집에는 모두 4만4,705명이 지원해 미국의 심각한 취업난과 함께 기아차에 대한 인기를 반영했다.

지난 2005년부터 양산체제에 돌입한 현대 앨라배마공장(HMMA)도 종업원들과 정기 간담회를 통해 불만이나 민원사항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 매년 우수 종업원을 선발해 한국 견학을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강화해 6월중에 100여 명의 직원을 한국에 보낼 계획이다. 현대차는 HMMA에서 생산 중인 쏘나타가 미국 시장에서 각광을 받음에 따라 공장을 주야간 10시간씩 그리고 토요 특근까지 실시하며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위원에 재계가 반대해온 친노조성향의 변호사 크레이크 베커와 마크 피어스가 지난 3월 전격 임명되고, 노사간 최대 쟁점인 "노동자 자유선택 법안"(Employment Free Choice Act: EFCA)도 공화당의 반대로 일부 내용이 완화되기는 하겠지만 빠르면 연말까지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현대와 기아차 입장에서는 일본차 등 미국에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인 다른 외국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노사정책 및 관계가 당분간 최대 현안으로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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