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친환경차 연료 놓고 '사활 공방'

입력 2010년06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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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용 연료를 놓고 친환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등을 쓰는 정유사와 LPG를 공급하는 가스사가 연료 시장을 놓고 양보 없는 접전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국내 수송용 연료는 크게 휘발유와 경유 같은 석유연료와 LPG 그리고 CNG 등으로 나뉜다. 네 가지 연료를 함께 쓰기 때문에 해당 연료를 판매하는 기업들의 생존 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를 생산·판매하는 정유사와 여기에 대항하는 LPG 회사들이 최근 들어 친환경 연료 논쟁을 벌이면서 앞으로 주력 연료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수송용 에너지 시장에선 아직까지 휘발유와 경유가 대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국내에서 자동차용으로 소비된 휘발유는 모두 1,013만㎘다. 휘발유는 지난 2001년까지 가장 많이 쓴 수송에너지였지만 2004년부터는 경유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2007년 자동차용 경유 소비량은 1,242만㎘로 휘발유보다 많다. SUV 등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게 그 이유다. LPG는 지난 2004년 385만㎘에서 2007년에는 430만㎘로 늘었다. 문제는 이런 수송용 에너지 시장의 규모가 앞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됐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연료효율이 높은 자동차가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정된 국내 에너지 시장을 두고 정유사와 가스사가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다.

둘 사이에서 칼을 쥐고 있는 곳은 정부다. 정부가 친환경 기준으로 어떤 배출가스 항목을 정하느냐 하는 데에 따라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을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확실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에 따라 정유사와 가스사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LPG 업체들은 친환경 기준으로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LPG협회는 교통안전공단 자료를 인용, LPG차의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적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LPG를 친환경 연료로 부각시켜 미래 연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LPG협회는 지난 2009년 한국환경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자동차 배출가스 특성 및 인체위해성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2,000cc급 휘발유, 경유, LPG 쏘나타의 배출가스를 측정한 결과 이산화탄소는 휘발유와 LPG가 ㎞당 182g으로 같지만 경유는 194g이 배출됐다는 것. 미국 에너지연구기관인 에너제틱스 인코퍼레이티드도 LP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경유나 휘발유차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했다.

LPG협회는 환경부가 지정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현황에서도 LPG가 친환경 연료임이 입증됐다고 말한다. 실제 2010년 환경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현황에 따르면 휘발유차는 배출가스 1등급이 전체 차종 가운데 2.9%에 불과하고, 경유는 없다. 하지만 LPG차는 3.8%가 1등급 차로 분류됐다. 더불어 LPG는 미세먼지(PM)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협회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유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유업계는 LPG가 ℓ당 주행거리가 짧아 같은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오히려 경유나 휘발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많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실제 쏘나타의 연료효율이 휘발유는 ℓ당 12.8㎞, 경유는 13.4㎞이지만 LPG는 9.7㎞밖에 안된다. 따라서 LPG 연료로 경유 1ℓ에 해당되는 13.4㎞를 주행하려면 1ℓ를 훨씬 웃도는 추가 소모가 불가피하다. LPG사가 "1ℓ를 썼을 때 배출하는 가스의 양"을 내세울 때 정유사들은 "1㎞를 운행했을 때 나오는 가스의 양"을 들어 친환경 연료임을 주장하는 셈이다.

양쪽의 공방이 치열한 이유는 국내 연료 시장의 규모 축소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도 배경이 됐다. 2012년부터 전기차가 등장, 화석연료의 이용량이 줄어들 전망인 데다 하이브리드의 발전으로 연료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송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 정유사와 가스사에게 고루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와 가스사의 공방은 생존을 건 게임"이라며 "어느 한쪽이 흥하면 다른 쪽은 망해야 하는 대립구도가 이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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