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정원"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에 있는 수목원이다. 홍성8경 가운데 4경으로 뽑힌 그 곳은 홍성은 물론 충남을 대표하는 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5년 문을 열어 겨우 5년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아름다운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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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본관 건물 |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 처음에는 이름처럼 그림같은 수목원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두 번째는 그 수목원이 만들어진 과정을 알고 나서 다시 한 번 놀란다. 마치 그림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멋스런 소나무와 향나무를 중심으로 온갖 야생화가 어우러진 수목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러나 "그림이 있는 정원"의 그 그림은 아름다운 풍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목원 안에는 실제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고, 그 갤러리 안에는 구족화가 임형재 씨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인간극장"을 비롯해 TV와 여러 매체에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한 아버지의 사랑이 일궈낸 수목원이 바로 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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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내 갤러리 |
20여 년 전, 꿈 많았던 대학생 아들이 MT를 떠났다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돼 돌아왔다. 그 아들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겨우 눈동자만 움직이며 창밖을 바라보는 아들을 위해 그 창밖을 통해 볼 수 있는 정원을 꾸몄다. 거친 야산을 깎고 다듬으며 아버지는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어갔다. 세월이 흐르고 그 곳에 마침내 놀랍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3만 평이 넘는 대지 위에 목본류 460여 종, 초본류 870여 종을 갖춰 모두 1,330종이 넘는 수풀이 어우러진 수목원이 탄생한 것이다. 애초에 이런 걸 꿈꿨던 건 아니다. 아들을 향한 애끊는 부정이 이렇게 위대한 정원을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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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그림과 아버지의 칠기가구가 전시된 공간 |
아버지가 일궈낸 작은 기적을 경험한 아들은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이긴 하지만 손발을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려낸단 말인가. 아버지는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붓을 건넸다. 아들은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렵게 북어 한 마리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해 아들은 2년만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그 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두 차례나 입상하면서 그림실력을 인정받았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일궈낸 또 다른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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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의 카페테리아 |
오늘도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정원을 가꾸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가 키운 소나무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그 정원을 화폭에 옮긴다. 아버지가 만든 정원은 이제 아들만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아간다. 또 아들이 그려내는 아버지의 정원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운 눈으로 지켜보고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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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암석 |
수목원 안에 있는 갤러리에는 아들의 구필화가 전시돼 있다. 그가 그린 거의 모든 그림들은 나무와 흙, 숲을 소재로 생명의 근원인 물의 다양한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붓을 입에 물고 그린 그림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작품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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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원 가는 길 |
그림과 함께 전시실 곳곳에는 옻칠가구도 눈에 띈다. 이는 전통 칠기공예 장인인 아버지의 작품이다. 수목원 내 전통가구전시관에 가면 더 많은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전통 옻칠가구 색조의 고유한 먹과 단아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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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발한 원추리 |
이 밖에도 수목원 안에는 멋진 카페테리아가 있어 분위기있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음악이 흐르는 정원에서는 식사와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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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야생화 |
*맛집
수목원 내 카페테리아 메이(041-642-6842)를 이용하거나 광천읍내로 나가면 여러 맛집이 기다린다. 19년째 손맛을 선보이는 대왕식당(041-641-3505)은 홍성한우갈비탕, 암퇘지갈비구이, 된장찌개 등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30가지 넘게 주는 밑반찬도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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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모형이 있는 정원 |
*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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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의 멋 |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 나들목에서 나와 광천읍내쪽으로 4km 가면 4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좌회전해 철길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만나는 첫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한 뒤 조금 더 가면 수목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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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을 잔뜩 받은 열매도 익어가고 |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