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이 이 곳에도 있었네!"

입력 2010년07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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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이 있는 곳은?" "경주 토함산."



초등학생에게도 시시한 질문이다. 그런데 석굴암이 경주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1번지 오봉산 자락에도 석굴암이 있다.

40년 만에 개방된 우이령길


오봉산은 북한산국립공원의 도봉산 서쪽 자락이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친 북한산국립공원은 우이령을 중심으로 남쪽의 북한산 지역과 북쪽의 도봉산 지역으로 구분된다. 특히 산세가 빼어난 곳으로 손꼽히는 도봉산 서쪽에 위치한 오봉산 석굴암은 위로는 도봉이 치닫고 아래로는 삼각산이 모여서 떠받든 것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봉 아래 자리한 절집 입구
이런 하늘이 내린 자연 속에 천 년 세월을 이어 온 고찰이 있다면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질 법도 한데 오봉산 석굴암은 생각보다 일반인에게 그리 알려진 절이 아니다. 그 까닭은 군부대 초소를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데다 우이령길이 한동안 폐쇄됐던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우이령은 서울특별시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이 곳으로 우이령길(4.46km)이 지나고 있어 양주에서 서울까지 빠르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1969년 일어난 1·21 사태로 우이령길이 폐쇄됐다가 41년만인 지난해 7월10일에서야 다시 개방됐다. 그러나 우이령길은 생태탐방로로 지정돼 제한된 인원(1일 예약인원 1,000명)만 탐방을 허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금도 석굴암에 가려면 우이령길 탐방객과 구분됨을 알려야 출입할 수 있다.

오봉산 석굴암 대웅전


우이령길 탐방을 예약해 우거진 숲길을 거닐며 생태탐방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고, 석굴암만을 목적으로 해서 간다면 장흥쪽의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진입하는 게 수월하다. 안내소를 지나 우이령길을 따라 들어가면 우거진 숲길이 펼쳐진다. 가는 길목에 오봉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계곡들이 시원스레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하지만 곳곳에 유격훈련장과 군사시설들이 있어 긴장되는 마음도 없지 않다.



멀리 장군봉이 보인다
멀리 보이던 오봉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가파른 산길을 몇 굽이 돌고 나면 오봉의 웅장한 봉우리가 갑자기 눈 앞으로 왈칵 다가온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전경이다. 대웅전과 나한전, 삼성각 등이 오봉 아래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 석굴암에 다다른 것이다.



기록이 남겨져 있는 건 아니나 석굴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고려 공민왕 무렵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3년동안 이 곳에서 수행정진했다고 한다. 이후 조선시대 무학대사의 제자인 설암스님이 석굴에 지장과 나한 두 존상을 조성했으며, 1455년에는 단종왕후가 왕세자를 위해 원찰로 중수하기도 했다. 여러 고승이 주석하며 선맥을 이어갔으나 1950년 6.25 때 소실돼 한동안 잊혀진 사찰이 됐다. 1954년엔 초안스님이 다시 불사를 일으켜 지금은 나한기도의 도량으로 자리잡았다.

삼성각 오르는 길


석굴암이란 이름을 있게 한 거대한 석굴에는 나한전이란 편액이 붙어 있다. 천연적으로 이뤄진 바위굴 안에는 여러 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더운 여름에 이 석굴 안에 들어서면 시원한 기운이 땀을 식혀준다.



석굴 바깥 모습
축대 위에 위치한 아담한 대웅전과 삼성각 주변으로 온갖 꽃들이 만발해 석굴암은 어느 때보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대웅전 꽃창살문의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도 그 꽃 속에 어우러지는 듯하다. 절 마당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멀리 북한산 장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치있게 구부러진 소나무와 주변의 꽃들, 수려한 산세를 둘러보노라면 문득 이 곳이 선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맛집

석굴 안에 모신 나한상
송추유원지 가는 길목이라 이름난 맛집들이 많다. 송추가마골(031-853-6000) 본점과 의정부 용현점이 가까이 있고, 교현리에는 평양식 전통음식점으로 한자리를 고수해 온 평양면옥( 031-826-4231)도 있다. 가든명인만두(031-877-0052)의 흑미 고기만두와 단호박 김치만두는 웰빙푸드로 소문났다.



*가는 요령

오봉산 석굴암 동종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송추 나들목에서 나와 서울·북한산성쪽으로 진입한다. 1.3km 가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석굴암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에서 조금 지나 왼쪽 군인아파트를 지나 검문소에서 절까지는 약 3.6km. 서울시내를 통과해서 가려면 독립문-무악재-홍제-불광동 4거리에서 기자촌-북한산성 경유 송추쪽으로 직진한다. 중구·종로구 예비군 훈련장 입구에 있는 "석굴암 1km" 이정표를 따라 직진해 가다가 우회전해 군인아파트를 지나 검문소에서 약 3.6km 달리면 된다.

동전 얹은 동자상
우이령길에서 보이는 오봉
화려한 꽃창살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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