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AV)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출시한 X5가 새롭게 태어났다. 신형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성능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디자인은 섬세함을 강조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신형 X5는 가솔린을 쓰는 50i, 35i와 디젤을 쓰는 30d 세 차종으로 출시됐다. 이 가운데 디젤차인 30d를 시승했다.
▲스타일
겉모양은 강력함과 우아함, 민첩성이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구형과 달라진 점은 우선 앞범퍼에 자리잡은 안개등 위치를 양쪽 끝 부분에서 범퍼 가운데로 옮겼다. 그리고 LED 코로나 링을 채용한 헤드라이트는 멀리서 봐도 BMW 차종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환하게 빛난다. 또한 새로 디자인한 테일램프는 LED 라이트 뱅크 두 개로 야간 주행 때 BMW만의 특징인 "L"자형 디자인을 표현하고 있다.
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 보니 BMW 특유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인 디자인 통일성에선 다른 BMW 차종과 큰 차이가 없지만 SUV라는 점에서 수납공간과 활용성, 개방감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게다가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고 있어 다양한 편의품목을 갖췄다. 강인한 오프로더가 아니라 세단의 고급스러움에 우직함을 조금 더한 느낌이다.
뒷좌석에 앉아봤다. 시원한 파노라마 썬루프 덕에 답답함이 적다. 뒷좌석 시트는 크게 불편함이 없고 주변 공간도 넉넉하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괜찮은 오디오 사운드를 느낄 수도 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앞 유리창에 비친다.
활용성도 충분하다. 뒷좌석은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고, 트렁크 문은 위아래로 열 수 있는 상하 개폐 방식을 썼다.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열 수 있는 데다 아래쪽 문을 열면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대형 SUV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주차할 때 큰 도움을 주는 탑 뷰 시스템도 적용했다. 차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영상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주차 선이나 차 간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사각지대는 조금 존재하는 만큼 "주차의 달인"이 되려면 눈으로도 직접 확인하면서 모니터를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성능 & 승차감
2,993cc의 차세대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5.1kg·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역동성과 효율성을 모두 살렸고, BMW 지능형 AWD 시스템인 xDrive로 주행 안정성도 확보했다.
신형 X5를 직접 운전해 보면 전반적으로 탄탄하게 균형이 잡혔다는 느낌을 받는다. 엔진과 변속기는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가속감과 부드러움이 더해졌는데 실용적인 엔진 회전 영역인 1,750rpm부터 3,0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가 발생, 저속에서부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D레인지에서는 부드럽고 조용한 주행이 가능하나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반응이 빨라져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선 차가 울컥거리기도 한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속도를 높여 봤다. 시속 160km쯤은 가뿐하다. 속도감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바꿔 변속을 하며 달려봤다. 8단이나 되는 기어 레인지 덕에 변속 레버를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만약 변속 타이밍을 놓치면 자동으로 변속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D레인지나 스포츠 모드로 놓고 타는 편이 좋을 듯싶다.
AWD 시스템을 지닌 차들이 대체로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신형 X5는 다이내믹을 강조하면서도 안정감을 살렸다는 점이 다르다. BMW의 xDrive 덕분이다. 코너링은 매우 안정적이다. 급히 차선을 바꾸더라도 자세 유지 능력이 뛰어나다. 구형도 안정감이 일품이었는데 신형은 역동성이 더욱 보강된 것 같다. 운전자에게 충분한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총평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는 차답게 거칠지 않다. 그렇다고 조용하고 안락함만을 강조한 건 아니다. BMW만의 역동성에 부드러움과 X시리즈의 우직함을 섞어 X5의 개성을 살렸다. 이런 개성은 주행 감각은 물론 바뀐 겉모양에서도 느껴진다.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로는 강력한 힘과 뛰어난 주행안정성을 자랑하며 다양하게 변하는 공간 활용성까지 더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차다. 출퇴근은 물론 가족과 함께 주말 나들이 나서도 충분하다. 때론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도 좋다. 뉴 X5 30d의 가격은 9,170만 원이다.
시승/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