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진천에 있는 현대모비스 진천공장의 전신은 현대전자다. 85년 7월 포니 엑셀 순정용 오디오를 생산하며 문을 연 뒤 현대오토넷으로 독립, 오디오와 전장품 등을 생산해 왔다. 그러다 현대모비스와 지난해 6월 통합, 현재는 국내 자동차 전장부품의 핵심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8일 찾은 공장은 첨단부품을 만드는 곳답게 깔끔함이 돋보였다. 2008년 2월 준공한 공장은 8만3,000㎡(약 2만5,000평) 대지 위에 건평 5만3,000㎡(약 1만6,000평) 건물로 이뤄져 있다. 연간 AVN 42만 대, 오디오 110만 대, 전장품 550만 개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공장 사무동 로비에 들어서면 각종 전장품을 전시해 놓은 쇼룸이 있다. 자동차용 멀티미디어와 메카트로닉스의 다양한 첨단 기술과 제품을 직접 보면서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는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을 지닌 오디오와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아시아에서 토요타에 이어 두 번째로 상용화한 첨단 자동차용 멀티미디어 네트워크인 모스트(MOST) 기반의 AVN 시스템 ▲한 화면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의 탑승자가 동시에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는 AVN 시스템 ▲와이브로 같은 초고속 무선통신을 이용한 뒷자리 엔터테인먼트(RSE) 시스템 ▲자동차를 "움직이는 콘서트홀"로 꾸며주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텔레매틱스 시스템 ▲하이패스 단말기 ▲다양한 기능(라디오, GPS, DMB, CDMA 등)을 통합한 안테나 ▲보급형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를 만나볼 수 있다.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는 에어백 컨트롤 유닛(ACU),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주차안내 시스템(PGS), 각종 센서 등을 비롯한 세이프티, 섀시, 보디, 파워트레인(동력계통) 관련 다양한 전장부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의도하지 않은 차선 변경을 경고해 주는 차선이탈경보장치(LDWS),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자동순항 시스템(ACC) 같은 각종 첨단 ASV(Advanced Safty Vehicle) 기술을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할 수 있다.
본관 건물 뒤편 생산라인으로 이동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신발을 갈아 신고, 라인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특수 처리가 된 가운을 입어야 했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곳이니만큼 먼지 같은 이물질과 정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작업자들의 머리 높이에 있는 전선은 특수 처리한 바닥과 접지돼 정전기를 방지해 준다.
1층 라인에서는 회로기판에 부품을 삽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자동화 6개 라인에서는 월간 6,400건, 수동 6개 라인에서 월간 작업 18만 건을 진행힌다. 간단한 기판은 자동화라인으로 처리하지만, 첨단 부품일수록 회로기판이 복잡해 수동 라인에서 작업한다. 1층에서 조립한 회로기판은 2층으로 옮겨 완제품으로 태어난다. 2층 생산라인에는 조립라인이 모두 37개가 있다. 오디오 8개 라인에서 월간 9만 대, AVN 9개 라인에서 월간 3만5,000대, 전장 16개 라인에서 월간 46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된 제품은 1층과 3층에 있는 신뢰성시험실에서 성능과 내구 시험을 거친다. 총 6개 시험실에 열 충격기·온습도 챔버·내구 시험기 등 87개 장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온습도시험실은 제품을 운송하거나 실제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조건을 설정해 내구성을 평가하고, 재료시험실에서는 장시간 태양광에 노출되거나 염분에 노출됐을 때 받는 영향 등을 평가한다.
이 같은 품질 관리 덕분에 모비스의 전장사업은 한층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안전·편의성에 관심이 높다. 이에 따라 전장품 수요도 해마다 증가, 자동차에서 전장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관련 시장 규모도 2010년에는 1,400억 달러, 2015년에는 1,920억 달러 규모로 급속히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6월 현대오토넷을 흡수합병한 것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섀시전자와 안전 시스템은 물론, 차체제어 전자장치와 텔레매틱스 같은 전장품, 하이브리드 핵심부품 기술 등 자동차 전장사업과 미래기술을 아우르는 전문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진천공장은 AVN 25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작년보다 43%나 증가한 생산량이다. 오디오는 약 244만 대로 작년보다 19%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K5·K7·YF쏘나타 등과 앞으로 출시할 그랜저 후속모델, 그리고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에 장착될 AVN과 오디오 부품이다. 물론 미국에 수출되는 차종에도 공급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개발한 UVO 오디오시스템도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장품 620만 대 분량이 추가된다. 진천공장은 덕산공장과 중국 천진공장과 함께 현대모비스 전장품사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곳이 틀림없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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