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캐피털(할부금융) 시장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의존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리스크(위험) 관리를 위해 상품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할부금융 신규대출 실적은 2조4,141억 원이며 이 가운데 자동차 할부금융이 전체의 87.6%(2조1,151억 원)에 달했다. 내구재 가운데 자동차 외에는 가전제품이 0.2%(42억 원)에 불과했고 기타 내구재도 0.7%(174억원)에 그쳤다. 이외에 주택 3.9%(948억 원), 기계류 7.0%(1,696억 원), 기타 0.5%(130억 원) 등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자동차 할부금융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대 수준에 그쳤다. 지난 1996년 할부금융 신규대출 실적(5조836억 원) 가운데 자동차 실적은 전체의 35.0%(1조7,812억 원)였고 가전제품은 28.5%(1조4,499억 원)였다. 기타 내구재(6,558억 원)를 포함한 내구재 비중은 76.5%였고 주택도 21.7%(1조1,24억원)에 달했으며 기계류는 1.9%(943억 원)였다.
자동차 할부금융 비중은 크게 증가했지만 가전제품과 주택 분야는 캐피털 업계가 거의 취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신용카드, 보험, 증권 등이 할부시장에 진출하면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을 제외하고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캐피털 업체들도 자동차 시장에 집중해 경쟁적으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를 등에 업은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파격적인 무이자·저금리 할부조건을 내걸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 보험권까지 자동차 할부시장에 뛰어들어 자칫 자동차 할부시장이 과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캐피털사들의 자동차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상품 구성을 다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내수 판매가 좋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경기 변동에 따라 내수가 식을 경우 캐피털업계의 부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신용대출 등 부대업무가 본업인 할부.리스업무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한 `50% 룰"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캐피털 업체들이 이제 가전제품 할부도 카드사에 뺏기고 자동차 하나로 영업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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