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외관 디자인과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밀레짐"이란 애칭을 달고 푸조 207이 돌아왔다. 디자인에서 첨단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푸조의 차지만 이번에는 포커스를 조금 다르게 설정했다. 바로 "파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판매가격이다. 가격에 민감한 국내 정서를 감안할 때 매우 위력적인 무기를 갖춘 셈이다. 국내에 200대(CC 120대, GT 80대)만 한정 판매한다는 푸조의 막내 "앙팡테리블" 밀레짐 207. 그 중에서도 해치백인 GT를 시승했다.
▲스타일
어떤 디자인이든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외관 디자인이라는 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푸조라는 브랜드는 외관 디자인이 독특하기로 이름난 메이커다. 따라서 선호도 차이가 타 브랜드보다 들쭉날쭉한 편이다. 기자는 이런 푸조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A필러와 보닛이 이루는 각도를 최대한 낮춰 거의 "一"자처럼 보이는 모양이 마음에 든다.
밀레짐 207의 외관은 기본적으로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회사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강인함과 역동성을 잘 조화시켜 새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하지만 한눈에 다른 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공기흡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308 등장 이후 사이즈를 키운 흡입구 디자인은 역동성과 함께 시각적으로 차가 좀 더 커보이게 만든다. 측면으로 달라붙은 안개등도 이런 효과를 돕는다. 몰딩 부분은 크롬 처리했다. 또 차체 색과 같은 색상으로 마무리해 고급스럽다. LED 리어 램프를 적용한 후면부는 동급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역시 시각적으로 차를 더 커보이게 하는 역할이다.
인테리어는 국내 소비자가 보면 조금 실망할 만하다. 프랑스 사람들이 동양적 사상인 "여백의 미"를 적용한 걸까.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왠지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개선된 소재와, 작은 차가 갖기 어려웠던 수납공간을 많이 만든 점은 칭찬할 만하다. 시트는 직물 소재를 택했지만 질감이 나쁘지 않다.
▲성능
밀레짐 207 GT에는 새 엔진이 올라갔다.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키는 1.6ℓ VVT을 얹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최고출력은 120마력, 최대토크는 16.3kg·m다. 변속기는 4단 자동을 탑재했다. 1.6ℓ라는 배기량치고는 엔진반응이 괜찮다. 순발력이 좋다고는 할 수 없으나 차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군더더기없는 힘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의 첫 반응은 민첩한 편이다. 가속이 조금 더디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출발과 함께 원하는 속도에 이르기까지 무리가 없다. 가속력이 뛰어나진 않으나 엔진 성능에 비춰볼 때 부족하지 않다. 유럽 사람들의 실용적인 가치를 그대로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작으면서도 고성능을 내는 엔진이 있다면 좋겠지만 과연 그 엔진이 제 몸에 맞는 옷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7의 동력성능은 작은 차체에 어울리는, "몸에 잘 맞는 옷"이 아닐까 싶다.
변속기의 변속 타이밍은 조금 늦다. 특정 회전수에서 바로바로 변속되는 일반적인 상황과 조금 차이가 있다. 엔진회전수가 때로는 높게 올라야 비로소 변속이 이뤄진다. 부드러운 변속을 원한다면 거슬릴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배기량의 엔진에서 꾸준히 힘을 이어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작은 차라도 푸조는 푸조다. 코너링이 민첩해서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도 나쁘지 않다. 단단한 하체가 꽉 잡아주기 때문이다. 푸조를 얘기할 때 항상 하는 말은 이 차가 프랑스의 좁은 도로를 구석구석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라는 점이다. 그런 도로를 요리조리 헤쳐 나가기 위해 쌓아온 기술이 푸조만의 노하우다. 질 좋은 타이어를 쓰는 점도 안정된 주행을 가능케 한다. EPS가 빠져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없어도 불안하진 않다.
밀레짐 207GT의 연비는 13.8km/ℓ. 207에도 MCP를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연비에서도 207은 굉장한 무기를 얻을 수 있어서다. 현재도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월등하게 좋지도 않은 수준이다.
▲총평
밀레짐 207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도 말한 차값이다. 2,590만 원이라는 가격은 현재의 환율을 감안할 때 책정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고객 보은 차원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마진을 고려해 한정 판매한다.
이 차는 국산 해치백과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2,000만 원대 중반(풀옵션 기준)이란 가격 때문이다. 국산 해치백 구입 고객이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흡인요인이 될 수 있다. 성능도 부족하지 않다. 이제 국산차와 수입차가 비슷한 기준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EU FTA라는 큰 호재도 기다리고 있다. 그 만큼 밀레짐 207은 출시와 함께 자동차업계에 파문을 일으킨 제품이다.
시승/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