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형 아반떼를 내놓으면서 르노삼성자동차 뉴 SM3를 정면으로 깎아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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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공개행사에서 아반떼를 설명하고 있는 현대차 양승석 사장 |
양승석 현대자동차 사장은 최근 열린 신형 아반떼 미디어설명회에서 "새 아반떼는 외관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새로 개발한 신차로 10년 전 유럽에서 나온 구형차를 외관만 바꿔 출시한 경쟁사 준중형차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여기서 10년 전 유럽에서 나온 차는 뉴 SM3를 의미한다. 뉴 SM3의 기반이 된 르노 메간이 처음 나온 시점이 1995년이니 양 사장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발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유는 뉴 SM3가 10년된 구형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메간은 1995년 출시 이후 두 번이나 풀모델체인지 과정을 거쳤다. 2002년 9월에 나온 차는 2003년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을 만큼 상품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2008년에 발표한 3세대 모델도 닛산의 HR 엔진을 개량해 만든 H4M 엔진(1.4ℓ)을 적용하면서 주목받았다. 르노삼성의 뉴 SM3는 3세대 메간을 바탕으로 개발했으며, H4M 엔진의 1.6ℓ 버전을 르노그룹에서 처음 적용했다. 이를테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첨단 엔진인 셈이다. 여기에 닛산이 자랑하는 무단변속기를 조합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객관적으로 뉴 SM3가 10년 전 유럽에서 나온 구형차라는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같은 논리라면 아반떼도 1995년 처음 선보였으니 10년 넘은 구형차가 되기 때문이다.
양 사장의 말은 그 만큼 신형 아반떼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뉴 SM3가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3만4,584대(구형 포함)나 팔려 아반떼(4만5,459대)를 바짝 뒤쫓고 있는 점도 발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모델을 10년 전 구형으로 깎아내리면서까지 아반떼를 부각시키는 행위는 현대차다운 행동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뉴 SM3가 아반떼와 어깨를 견주는 게 신경쓰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경쟁차종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것도 회사 대표가 사실이 아닌 점을 들면서까지 폄하하는 일은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내수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회사다. 형제사인 기아자동차와 합치면 국내 자동차시장의 80%를 지배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도 "현대가 미래의 진정한 라이벌"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글로벌시장에서도 현대의 명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반열에 오른 기업이 비좁은 내수시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까. 굳이 경쟁차종을 꺼내려 했다면 토요타 코롤라를 지목하는 게 어땠을까. 그 게 현대정신에도 맞는다. 양 사장의 발언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업계 큰형님다운 모습, 그 것이 바로 현대가 보여줘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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