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지리산 천은사에서 1,100m 고지인 성삼재에 이르는 약 13㎞ 구간은 국내에서 가장 험하고 가파른 도로 중의 하나로, 일반 휘발유 차도 올라가기가 쉽지 않은 길이다.
전기차 개조기술 개발업체인 레오모터스가 5일 전기차는 가파르고 거리가 긴 경사로를 주행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자사 기술력을 입증하겠다며 배기량 796㏄짜리 라보 트럭을 개조한 전기자동차와 전기스쿠터 힐리스Ⅲ로 지리산 등정 시연에 나섰다. 마침 이날 비가 내려 노면이 젖었는데도 이들 차량은 최고 경사도 20도 급커브 지점에서 조금도 미끄러지거나 주저함 없이 평균 시속 40㎞로 올라갔다. 라보 트럭에는 300㎏의 짐까지 실렸다. 경사도가 심해 등산객을 위한 셔틀버스는 비가 오는 날이면 운행하지 않는다. 이날도 버스 한 대가 경사로에서 한참을 뒤로 미끄러져 내리기도 했다.
레오모터스 강시철 회장은 "국내에서는 어느 업체도 전기차로 이곳을 등정한 적이 없다"며 "레오만의 기술력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힘이 가솔린 엔진 차에 미치지 못해 평지에서 운행하고, 다른 차를 추월할 정도의 속력을 내기도 어렵다는 게 그간의 통념이었다. 강 회장은 "가파른 경사도를 쉬지 않고 올랐다는 것은 평지에서 속도를 더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레오모터스가 선보인 전기차가 언덕길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술은 "파워모드"다. 언덕길에서는 모터의 회전속도인 일정량의 RPM이 필요한 데, 기존 전기차는 모터를 가속하면 과부하로 서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레오모터스가 개발한 파워모드를 적용하면 필요한 양만큼의 전기를 주기적으로 공급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과부하도 막는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팽이의 회전력이 줄어들 때 채찍을 가해 에너지를 공급하면 다시 강하게 도는 원리와 같다고 해서 "파워채찍 솔루션"으로 불린다고 한다. 배터리의 셀 간 전압차를 0.01V까지 제어해 셀 간의 충전을 동일하게 받고 내구성을 강화한 배터리 제어시스템(BMS)도 전기차 성능을 강화한다고 레오모터스는 설명했다. 이 배터리는 리튬 폴리머로 4,000회 이상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에어컨 전용 배터리가 별도로 있어 여름에 에어컨을 켜도 운행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유지비 역시 기존 디젤 차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게 레오모터스 측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운전면허학원과 경찰지구대, 동사무소 및 택배용으로 동네 구석구석을 오가는 근거리 운행 차로 이 전기차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기술 개발이 완료돼 전기차 개조법만 통과되면 곧장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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