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10일부터 렉스턴에 2.0ℓ 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RX4의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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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렉스턴 |
그러나 렉스턴에 저배기량이 추가된 것을 두고 오히려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우려는 렉스턴이 지닌 고급 제품 이미지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렉스턴은 누가 뭐래도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로, 지난 2001년 9월 출시 당시 수입차 못지 않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호평을 얻었다. 그 결과 2002년 연간 판매대수만 4만7,000대나 됐다. 그 무렵 쌍용이 판매했던 차종 가운데 단연 돋보인 실적. 이 같은 "렉스턴 대박"은 2003년에도 이어져 판매대수만 4만594대로, 2년 연속 4만 대 판매를 달성하며 단숨에 효자차종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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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렉스턴 |
2003년 12월 쌍용은 렉스턴 대박을 위해 뉴 렉스턴을 내놨다. 출시 초기보다 신차 효과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2004년에도 2만9,527대가 팔리며 여전히 대표차종 지위는 유지했다. 그러던 중 2006년 3월 렉스턴은 2세대로 완전히 거듭났다. 하지만 과거만큼 화려한 판매는 보여주지 못하고 2007년 실적이 8,244대에 그치고 말았다. 때맞춰 경쟁사들이 연료효율이 높은 모노코크 타입 SUV를 내놓았고, SUV 수요가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이동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쌍용이 렉스턴 제품 변화를 위해 "2.0ℓ"라는 저배기량 엔진 탑재를 결정한 것은 이처럼 렉스턴 판매가 과거처럼 화려하게 부활하지 못한 탓이다.
햐지만 줄곧 배기량 2,700cc와 3,200cc로 렉스턴의 고급 이미지가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2.0ℓ는 되레 렉스턴의 고급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렉스턴 판매 확대를 위해 쌍용이 내놓은 방안이지만 제품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저배기량 선택은 패착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존 렉스턴을 운행하는 사람들도 렉스턴의 저배기량 추가는 반갑지 않다. 렉스턴을 3년째 소유해 온 회사원 박우열(가명. 45세) 씨는 "렉스턴에 2.0ℓ가 추가된다는 것은 그만큼 렉스턴의 고급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쌍용의 최고급 플래그십을 타고 있다는 자부심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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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렉스턴 |
한편,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대형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폭넓은 수요층을 확보하고, 고객 선택군을 넗히기 위해 2,400만 원대의 렉스턴 2.0ℓ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그런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회사 사정에 따라 모델 변경 시점을 놓쳤다는 점에서 저배기량 엔진 탑재는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