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가까운 곳에 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그 곳은 임진강 너머로 북한땅이 한눈에 보인다. 손나팔을 만들어 힘껏 소리치면 강 건너편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줄 것만 같은 가까운 거리. 하지만 건널 수 없는 머나먼 강이다. 분단된 우리의 현실을 말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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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산 통일전망대 전경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서면 뿌옇게 흐린 강물만큼이나 마음도 흐려진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실향민들의 안타까운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잦아진 요즘, 북한에 두고 온 부모형제를 그리는 애끓는 한숨이 더더욱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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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DMZ전시관 |
서부전선 최전방 지역으로, 임진강을 경계로 남과 북이 마주보고 있는 안타까운 분단 현장인 오두산전망대는 1992년 문을 연 이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특히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곳과 임진각을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랜다. 통일전망대가 있는 오두산은 서울의 젖줄인 한강과, 북으로부터 흘러내려오는 임진강의 합류지점인 해발 118m짜리 동산이다. 옛날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던 이 곳은 광개토대왕 비문에 나오는 관미성터(오두산성)가 있는 곳으로, 사적 제351호로 지정됐다.
희뿌연 임진강 너머로 보이는 곳은 북한의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다. 겨우 3.2km 떨어진 거리다. 북한의 산야와 집들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펼쳐진다. 옥외전망대에 마련된 20배율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모습도 눈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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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안보광광코스인 DMZ 영상관 |
통일전망대는 5층 석조 건물로, 1층 로비에는 각종 기획전시를 하는 기획전시장이 있다. 북한전시실을 찾으면 북한의 생활용품과 북한주민들의 생활상, 북한의 체제 등을 알 수 있는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 북한의 소학교 교실과 북한주민의 안방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고, 북한옷을 입어 보는 "북한옷 체험장"도 있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북한에서 제3국을 거쳐 수입한 도자기, 미술품, 농산물, 주류, 우표, 공예품 등 다양한 북한산 기념품을 판매한다. 북한전시실 안에 전시한 북한물품은 최신물품으로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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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 로비 |
2층 통일전시실에서는 중앙의 통일 지형도와 관련 주요 문서를 볼 수 있으며, 우리 기업이 북한에 진출해 생산한 임가공 물품도 만날 수 있다. 최근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도 전시하고 있다. 300석 규모의 북한영상실도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새터민(탈북 직원)이 직접 나와 북한의 실상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매주 일요일(15:00)에는 "참여하는 문화마당"이란 주제로 수준 높은 전통공연 및 현대무용을 감상할 수 있다.
3층에는 300석, 4층에는 170석(외국인 전용 설명장) 규모로, 전면이 유리로 된 원형 전망실이 있다. 이 곳에서는 모형지형도와 북한지역의 곳곳을 대형 TV 카메라에 담아 보여준다. 외국인에게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설명한다. 건물 바깥으로 나가거나 옥상으로 올라가면 고성능 망원경과 입체경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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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시실 |
왠지 스산함이 느껴지는 북한땅을 줄곧 바라보다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뜻밖의 아름다운 경치와 마주하게 된다. 서해의 영향을 받은 간조와 만조의 자연현상이며, 먹이를 찾아 강으로 몰려드는 천연기념물인 철새들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긴장되고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이 슬며시 풀어지면서, 해질 무렵 강물을 따라 서쪽으로 펼쳐지는 낙조를 마주하게 되면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눈물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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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시실 |
"조선의 간디"라 일컫는 고당 조만식 선생 동상도 노을에 묻힌다. "검은 두루마기는 무릎을 덮은 일이 없고 / 당신의 옥 같은 몸은 비단에 감겨 본 일이 없다 /.../ 오늘 누구도 / 그니의 생사를 아는 이 없다 / 머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을 앓던 사람 /…" 조만식 선생의 83회 생신기념정모회 때 낭송했다는 박남수 시인의 글이 아릿하게 마음을 밟아온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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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의 아픔이 담긴 임진강 |
오두산 통일전망대 안에서 한식, 양식, 뷔페식당(031-945-4478)을 운영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햄버거스테이크를 비롯해 설렁탕, 산채비빔밥, 불고기전골, 황태해장국, 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30년 호텔 경력 요리사가 직접 운영한다.
*찾아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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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당 조만식 선생 동상 |
강변북로를 타면 월드컵경기장과 난지도를 지나 이어지는 자유로를 타고 행주대교 - 김포대교 - 고양시 장항나들목 - 고양시 이산포나들목 - 파주시 문발나들목 - 성동리나들목에서 우회전, 500m쯤 가다 4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오두산 통일전망대다. 통일로를 이용하려면 의정부나 구파발에서 벽제화장터 - 고양시 관산동 - 파주시 봉일천동 -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1km 지점에서 좌회전 - 금촌역 - 검산동(성원아파트) - 법흥리 - 성동리 4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이른다. 올림픽대로에서는 행주대교나 김포대교를 건너 자유로에 진입한 뒤 앞서 말한 첫째 길안내를 따르면 된다.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