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시내버스 폭발사고로 천연가스(CNG) 구조변경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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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을 강화한 CNG 탱크. |
지난 9일 서울 행당동에서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시내버스가 폭발한 건 천연가스를 압축, 보관하는 탱크에 균열이 생기면서 가스가 새어나왔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CNG 전용차를 비롯해 CNG/LPG 겸용차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 사고는 낡은 탱크가 원인이라는 분석이지만 CNG나 LPG 겸용차로 구조변경 시의 결함이나 문제점들이 속속 보고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CNG/LPG 구조변경의 문제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신호대기나 정체로 저속주행할 때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다. 이는 구조변경에 쓴 부품의 품질이 가솔린 엔진제어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운전자가 불쾌함을 느낄 정도의 엔진떨림 현상도 생긴다. ECU의 아이들 제어능력이 부족해서다. 완전연소에 필요한 산소량과 이에 맞는 연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 같은 이유로 출력과 연비도 떨어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바로 가속이 되지 않는 반응지연 현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구조변경 제어 시스템이 가솔린 엔진제어 시스템과 완벽하게 호환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다. 잘못된 제품이나 장착 실수로 엔진경고등이 점등되기도 한다.
이 밖에 너무 짧은 사후보증수리기간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조변경을 시행하는 자동차공업사들은 현재 1년 또는 2만km 주행까지 무상보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구조변경을 한 소비자들은 엔진문제 등이 무상보증 이후부터 많이 나타나고 있어 현재의 무상보증기간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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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G 겸용장치 장착모습. |
업계는 이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배경으로 일부 공업사들의 "무책임"을 지목하고 있다. 충분한 장착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값싸고 질낮은 중국산 부품을 쓰기 때문이란 것. 더구나 사후 발생할 수 있는 하자를 소비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장착실적을 높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는 따라서 이번 서울 시내버스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CNG나 LPG 구조변경은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믿을 수 있는 부품을 선택하고, 검증받은 장착업체를 이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제 신뢰할 만한 장착업체들은 이번에 사고가 난 CNG 탱크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전성을 월등하게 높인 타입4(비금속복합소재)로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CNG나 LPG차로의 구조변경시장은 그 동안 몇몇 공업사들의 ‘장난질’ 때문에 피해가 컸던 게 사실"이라며 "비양심적인 공업사들은 소비자들을 속이고 저질 부품을 쓰다가 결국 스스로 시장을 고사 상태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에는 CNG/LPG차의 효용성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 최고 기술력을 갖춘 이탈리아의 BRC가 국내에 다시 진출하는 등 업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