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 국내 불시착 원인은 가격?

입력 2010년08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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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자동차가 국내에서 좀처럼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출시 후 늘어야 할 판매실적도 점차 줄어드는 데다 브랜드 인지도 또한 낮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건이 비슷한 미쓰비시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바루 레거시


18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스바루는 지난달 판매대수가 31대에 그쳤다. 6월의 44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입차들이 거의 모두 전월과 비슷하거나 평균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스바루의 국내 시장 진입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스바루의 고전은 가격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분석이다. 스바루로서는 혼다를 감안해 가격을 책정했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스바루" 브랜드 자체가 낯선 데다 혼다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 스바루의 주력 세단인 레거시는 2,500cc급이 3,690만 원, 3,600cc급이 4,190만 원이다. 동급의 혼다 어코드가 2,400cc급이 3,590만원, 3,500cc급이 4,090만 원임을 감안하자면 배기량 100cc가 높다는 이유로 혼다 어코드보다 레거시의 가격을 100만 원 비싸게 책정한 셈이다.



그러나 배기량 100cc로 어코드보다 레거시를 비싸게 판매하려는 의도는 결국 패착이었다는 게 수입차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미쓰비시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다를 염두에 둔 전략은 무모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바루가 국내에서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며 "한국 진출 전 인지도 조사에서 99%가 스바루를 모른다고 답했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스바루는 미국에서도 소비자 층이 한정된 브랜드"라며 "국내에 미국 유학파가 많지만 모두가 스바루를 아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혼다 어코드
이 같은 점은 스바루코리아도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다.



스바루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가격은 환율 등으로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고, 이만한 가격도 최대한 고민한 끝에 책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쉽게 보면 환율 영향으로 팔아도 크게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에서 인하할 여력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격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삼고 있다"며 "조만간 온·오프로드 소비자 체험 주행 기회를 마련해 브랜드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바루는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만화 형식을 빌린 광고를 내보내 호응을 얻고 있다. 스바루코리아 관계자는 "스바루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제 막 브랜드를 알리는 시기이고, 브랜드가 알려지면 판매는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스바루가 브랜드 진입 초기에 가격 대응이 미숙했음을 들어 더욱 전략적인 가격 정책이 뒤따라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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