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장마, 열대야….여전히 여름의 기세가 만만치 않게 계속되고 있지만 입추 지난 바람에 가을이 살짝 묻어난다.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늦췄던 이들이 여유있게 행장을 꾸려 떠나기에 좋은 때기도 하다.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북돋워주는 곳은 어딜까. 산과 들, 바다도 좋지만 품격 높은 삶을 추구한 선비정신을 체험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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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과 정자 |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는 선비촌을 비롯해 선비문화수련원, 소수서원, 소수박물관 등이 한자리에 빼곡이 자리잡고 있다. 예부터 사방 10리를 가도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문풍(文風)이 드높았던 순흥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죽계천과 옥계천에 가로질러 걸린 다리를 넘나들면 선비촌과 소수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좋이 하루 종일을 보내기에도 볼 것과 체험할 것과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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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암고택 |
선비들의 생활과 삶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선비촌은 5만7,717㎡(약 1만7,460평) 면적에 기와집과 초가, 정자, 정려각, 성황당, 원두막, 저자거리같은 여러 가옥들을 재현해놨다. 예전 생활상을 보여줌으로써 잊혀져 가는 옛모습과 수준 높은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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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의 공간 해우당 |
선비촌은 선비정신의 기본인 수신제가(修身齊家), 입신양명(立身揚名), 거무구안(居無求安),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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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
김상진가(家), 해우당고택, 강학당은 수신제가의 공간이다. 수신제가란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올바르게 가꾼다는 뜻이다. 선비들은 우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학문을 힘쓰며 일상의 생활윤리를 실천하는 일, 곧 수신(修身)을 중요시했다. 이는 유학의 실천적인 학풍에 따른 것으로, 선비들은 수신을 위해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공부하고 바르게 실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수신제가의 공간에서는 자기수양을 위해 노력했던 영주 선비의 모습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방식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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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교 너머 옛 고을이… |
두암고택, 인동장씨종가는 입신양명의 공간이다. 입신양명이란 사회에 진출해 이름을 드높인다는 뜻이다. 옛선비들에게 과거시험에 합격해 관료의 길에 들어서는 건 "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 즉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얻는 일의 한 과정이었다. 입신양명의 공간에서는 중앙관직에 진출해 다양한 활동을 했던 영주 선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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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고을 재현 |
김문기가(家), 만죽재는 거무구안의 공간이다. 거무구안이란 사는 데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살아갈 길을 고민했다.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는 걸 인격수양의 길로 생각해서다. 거무구안의 공간에서는 명상과 풍류를 즐기면서도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지 않고 현실의 잘잘못을 비판한 영주 선비의 굳은 기개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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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가 정겨운 초가마을 |
김세기·김뢰진·장휘덕·이후남·김규진·두암고택가람집은 우도불우빈의 공간이다. 우도불우빈이란 가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비록 살림살이가 어렵더라도 잘 사는 것에 욕심이 나서 선비의 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곤궁함에도 스스로 품격을 잃지 않았다. 우도불우빈의 공간에서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청빈한 삶을 살았던 선비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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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와 초가지붕 |
선비촌의 이모저모를 두루 구경하고 지치면 저잣거리로 나가보자. 천막 아래 펼쳐지는 다양한 먹을거리와 재미있는 풍물이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묵집, 수랏간, 인삼주막을 비롯해 소나무 도마, 풍기 은장도같은 특산품도 구경할 수 있다. 자녀를 데리고 온 나들이라면 선비촌에서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을 하며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관을 확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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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선비상 |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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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간지석상 |
선비촌 저잣거리에 다양한 먹걸이를 선보이는 음식점이 있다. 저잣거리에서 5분 남짓 떨어진 곳에는 유명한 순흥전통묵집(054-634-4614)이 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메밀묵은 메밀 본래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별미다. 묵과 조밥이 대표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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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 |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이나 영주 나들목에서 빠진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풍기 나들목에서 빠지는 편이 영주시내를 통과하지 않아 복잡하지 않다. 풍기읍내를 거쳐 지방도 931번을 타고 순흥·부석면으로 가면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길가에서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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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공예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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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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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 종가집 음식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