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을 부렸던 여름도 끝자락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여름의 흔적들을 씻어내고 청량한 가을날을 맞이하자. 고요한 산사 나들이는 속세에서 듣지 못하는 심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준다. 내면을 울리는 깊고 묵직한 그 울림은 여름내 소진된 빈 가슴을 채워주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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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와 칠층석탑이 있는 대웅전 |
남양주시 와부면 월문리에 있는 묘적사(妙寂寺)는 이름만큼이나 적요함이 감도는 절집이다. 수도권에서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여름이면 피서인파들이 시끌벅적하게 몰리는 계곡 유원지를 바로 코 앞에 두고 있음에도 절집은 이상하리만치 견고한 고요에 둘러싸였다. 그 고요함은 어쩌면 묘적사에 이르기 전까지 통과해 온 세속의 번잡함과 요란함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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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요함이 감도는 절집 |
흔히 백봉산이라 하는 묘적산 남쪽 골짜기, 구불구불 이어지는 묘적사의 계곡은 물줄기가 풍성해 여름 한철 더위를 피하는 피서객들이 앞다퉈 찾는 곳이다.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음식점들이 터를 잡고 있듯이 이 곳 또한 절집이 바로 뒤인데도 삼겹살을 구워대거나 개를 통째로 그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 속세의 번잡한 모습을 지나 절 마당에 들어설 때면 묘적사를 둘러싼 그 한량없는 고요가 와락 서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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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소 건물 |
절집의 고요를 깨뜨리는 건 물소리. 절 앞마당을 빠져나가게 한 수로에는 백봉산에서 발원했을 물줄기에다 예고없이 퍼부은 소나기까지 더해져 제법 거칠고 우렁찬 물줄기가 쉼 없이 흘러내려가고 있다. 수로를 타고 넘는 물이 연못으로 흘러 보라색 꽃창포를 피어나게 하는 풍경은 묘적사의 아름다운 여름풍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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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인 나무기둥 |
묘적사의 풍경을 멋스럽게 하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휘어진 통나무를 다듬지 않고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세운 건물 기둥들이며, 발치에 푸른 이끼를 두껍게 두른 대웅전 앞마당의 은행나무, 오래된 회양목 10여 그루를 큰 석종처럼 다듬어 놓은 것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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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내부 |
절집 마당에 들어서면 왠지 포근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묘적사의 독특한 건물구조 때문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마하선실과 요사가 네모꼴 마당을 이루고 있어 안온한 느낌을 주는 데다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의 기둥과 부재들에 다듬지 않은 나무를 써서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절로 자연과 동화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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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선실 |
대웅전 오른쪽에서 보리수를 따라가 보면, 산령각과 석굴암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타난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돌계단은 낮은 담장을 한 산령각 마당에서 멈춘다. 비에 젖은 마당에서 바라보는 백봉산 줄기에 안개가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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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
묘적사의 기록은 뚜렷한 게 없다. 대웅전 앞마당의 팔각구층석탑이 가장 오래된 유물인데, 탑의 건립시기는 조선 초기로 추정된다. 허나 절에서 구전돼 오는 얘기에 따르면 묘적사는 승병(僧兵) 양성 도량이었다고 한다. 본래 국왕 직속의 비밀기구가 있던 곳으로, 왕실 산하의 비밀요원을 훈련시키기 위해 절을 짓고 선발된 인원을 승려로 출가시켜 강력한 군사훈련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또 그런 이유로 임진왜란 때 집중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됐다고 한다. 이런 말을 증명하듯 절에서 동쪽으로 50m쯤 떨어진 곳에는 활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평탄한 대지가 있고, 이 곳에서는 간혹 화살촉이 발견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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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령각 |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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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를 타고 간 물이 꽃창포를 피웠다. |
묘적사 가는 길, 와부읍내 와부고등학교 맞은 편에 있는 이가칼국수(031-577-0373)는 칼국수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콩죽, 도토리묵, 해물파전, 보쌈, 감자떡 등이 여러 밑반찬과 함께 칼국수를 먹기 전후에 나온다. 맛깔나고 감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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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연꽃과 물고기의 대화 |
*찾아가는 길
① 강변북로 이용 : 서울→구리→양평→삼패3거리(월문·화도 방향)→월문리→묘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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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주변 오랜 나무숲 |
② 외곽순환고속도로 이용 : 토평 나들목, 남양주 나들목→덕소역→월문리(86번 도로, 마석 방향)→묘적사
③ 북부간선도로 이용 : 서울→구리→양정역→삼패삼3리(월문·화도 방향)→월문리→묘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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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폭포 |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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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코스 요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