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자국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수입차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힘에 따라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 새로운 난관에 직면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시베리아 횡단 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해 27일부터 러시아산 승용차 라다를 몰며 하바롭스크에서 시베리아 치타까지 2천km 구간을 달리는 푸틴 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 자동차회사들을 상대로 러시아 현지 생산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수입 관세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경고를 해왔다"고 말했다. 푸틴은 "우리는 외국업체들의 러시아 내 사업을 방해하고 싶진 않지만 현지화는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푸틴 총리의 관세 인상 방침은 러시아가 1993년부터 추진해온 WTO 가입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기존 협상에서 WTO와 합의한 조건에 따르면 러시아는 WTO에 가입하는 시점부터 7년 동안 자동차 수입 관세를 현행 30%에서 15%로 내려야 한다.
모스크바 소재 최고경제대학의 알렉세이 포르탄스키 교수는 "푸틴 총리의 발언에 굉장히 놀랐다. 중고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올리는 것은 괜찮지만 새 차에 대한 관세를 올리기는 WTO와의 합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한 WTO 관계자도 "이는 러시아가 WTO 회원국들과 맺은 협정에 배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외국 자동차들이 대거 수입되면서 침체 일로를 걷고 있으며 아프토바스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붕괴 위기에 처한 자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외국차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을 추진하며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의 폴크스바겐사가 모스크바 남서부 지역인 칼루가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했으며, 프랑스 르노는 아프토바스의 지분 25%를 매입했다. 러시아는 내년 가입을 목표로 WTO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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