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많은 부처님을 봤나요?

입력 2010년09월1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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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나 국도 4번을 타고 영천-경주 사이를 달려본 이라면 산중턱에 우뚝 선 황동대불을 본 적이 있을 터다. 밤에도 그 모습은 조금도 가려지지 않는다. 구름이 하늘에 낮게 깔린 밤이나, 밤안개가 드리운 날이면 100개가 넘는 직·간접 조명시설을 받아 공중에 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해 근방을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황동와불열반상


바로 경북 영천 만불사에 있는 아미타대불이다. 높이 33m인 아미타대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양 최대"라는 이름을 걸고 있었으나 얼마 전 강원도 홍천 연화사에 높이 36m짜리 대불이 서는 바람에 그 자리를 내줬다.

만불보전과 만불산 대불


이렇듯 이목을 끄는 곳임에도 만불사라는 절 이름이 아직 일반인에겐 많이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절은 여느 고찰과 달리 현대에 지어 30여 남짓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80년 초에 구상해서 90년 초 만불보전 기공식을 시작해 불과 20년 만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하니 그 성장세가 자못 놀랍기만 하다.

1만7,000불이 조성된 만불보전


그 놀라움은 만불사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경험하게 된다. 길 양쪽으로 사열하듯 길게 이어지는 황금색 부처님 모습은 마치 동남아의 어느 사원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웅장하고 이국적인 절집들이 나타나고 "세계 최초" "동양 최대" "국내 최초" 같은 설명이 붙은 여러 조형물들이 때론 경이롭게 때론 낯설게 다가온다.

만불이 새겨진 전각 벽면


만불산 기슭 66만㎡(약 20여만 평)에 걸쳐 조성된 만불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부처님을 모신 절이다. 33m짜리 아미타대불을 비롯해 전각이며 탑, 범종과 길가 곳곳에서 모습이 다른 여러 부처님들이 참배객들을 맞이한다. 부처님이 모두 20만 불이나 된다고 하니 애초에 일일이 세어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듯하다.

범종각


우선 만불사를 대표하는 불사들은 둘러보자. 만불보전은 만불사를 상징하는 전각으로, 1만 불의 부처님을 봉안하기 위해 건립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목조전각인데 건물 안팎의 벽에 수많은 불보살을 새겼다. 여느 전통사찰과 달리 불보살을 새긴 전각은 국내에서 이곳뿐이다. 만불보전을 참배하다 보면 불자들이 공양미를 머리에 이고 유리구슬을 쓰다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참배객들이 쓰다듬는 유리구슬은 모든 중생들의 병고를 고쳐주기 위해 출연한 약사여래부처라고 한다. 이밖에도 이곳에는 해인화장세계, 부처님 진신사리, 법성계경판 등을 봉안·조성해 놨다.

인등대탑 너머로 대불이 보인다


만불보전 앞마당에는 인등대탑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의 부다가야에 있는 대탑을 축소해 만든 탑답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어둠이 세상을 덮을 때 더욱 화려한 빛을 내는 탑이다. 인등대탑과 마주한 곳에는 3층 규모로 건립된 범종각이 자리하고 있다. 쌍봉사 3층목탑을 그대로 재현한 범종각은 높이가 20m나 된다. 범종각 안에는 일반적으로 쓰는 청동이 아닌 황동으로 주조한 세계 최초의 황동만불범종이 있다. 범종 표면에는 비천상이 아니라 부처상 1만 개를 새겨넣었다. 또 범종 주변에 작은 종 네 개를 더 마련해 누구나 타종할 수 있도록 했다.

황동와불열반상


만불사의 특이한 풍경 중 하나는 극량도량이다. 이곳은 산 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영가들의 쉼터다. 주로 스님들만 모실 수 있었던 부도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부도탑묘와 왕생납골단을 조성해 새로운 불교식 장례 문화를 보여준다. 이곳의 중심에 황동와불열반상이 자리하고 있다. 누워서 열반한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한 열반상은 길이 13m, 높이 4m로 황동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대 규모 와불이다. 이 열반상의 발바닥을 세 번 문지르고 절을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발바닥을 문지르며 절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발바닥을 만지면 소원을 이룬다고 한다.


*찾아가는 길

대불로 오르는 길
경부고속도로 영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온다. 북안쪽으로 가는 고가도로로 진입하면 만불사 교차로가 나오고, 교차로를 따라 나와 좌회전하면 만불사 입구다. 국도를 이용하면 영천-경주 간 4번 국도를 탄다. 북안터널 지나면 만불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나오면 만불사로 이어진다.

높이 33m인 아미타대불
아미타대불과 조명이 빚어낸 "현현불"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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