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방문한 고향마을은 어땠는지요.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는지, 아님 달라진 새 모습이 낯설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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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 전경 |
오랜만에 경북 예천 회룡포를 찾아간 이들은 옛모습 그대로 남은 듯하면서도 어딘가 변화된 회령포의 모습이 좀 낯설기도 할 터다. TV 드라마 "가을동화"에 이어 "1박2일"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이 곳은 평일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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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 전망대 정자 |
예전의 회령포는 조용하고, 소박하고, 간간이 찾아드는 나그네들의 발길이 반가운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이젠 시도때도없이 들이미는 관광버스 행렬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드는 사람들로 예전의 고즈넉한 정취는 얼마간 사라지고 말았다. 마을 곳곳에 나부끼는, TV 촬영지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마주하면 어쩐지 헤픈 여자의 눈웃음을 보는 것처럼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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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묻힌 회룡포마을 |
그러나 회룡포는 역시 회룡포다. 낙동강의 한 줄기인 내성천이 마을을 휘돌아 흐르면서 육지 속의 섬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을 경계의 약 95%는 강물이 쌓아 놓은 모래밭이고, 가까스로 육지와 연결된 부분은 나지막한 산이 전부다. 여전히 바닥이 훤히 내비칠 정도로 맑은 내성천과, 그 위로 가로질러 놓인 뿅뿅다리, 곱고 깨끗한 백사장은 십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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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산 장안사 |
백사장을 따라 둥근 곡선을 그리며 나무가 심어져 있고, 안쪽으로 반듯반듯하게 정리된 논밭은 16만5,000㎡(약 5만 평) 남짓, 그 중앙에 회룡포 마을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마을에는 20여 가구 남짓 살았으나 하나둘 도회지로 떠나고 지금은 절반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2004년부터 생태체험 관광지로 본격 조성되면서 현재의 마을 모습이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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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종루 |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데는 1시간이 채 안걸린다. 내성천이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모습을 보려면 인접한 비룡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 산 능선에 1998년 회룡대라는 정자를 세워 마을 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게 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회룡포 마을은 그야말로 물도리동의 진수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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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대웅전 |
전망대 가는 길에는 작은 절 장안사가 자리하고 있다.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선사가 세운 고찰로 전해지나 옛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 중수한 절집같지 않게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끈다. 종루를 머리에 인 일주문을 지나 절 마당에 들어서면 대웅전과 삼성각, 요사채가 객을 맞는다. 마당 한쪽에 세운 석탑은 아랫부분을 온통 알록달록한 색색의 종이로 감쌌다.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소원을 써서 붙인 종이다. 수묵빛의 절집에 알록달록한 색종이가 묘한 생동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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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리고 안개 기웃대는 절마당 |
전망대는 장안사에서 왼쪽으로 난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가야 한다. 소나무가 우거진 쉼터를 지날 때는 야외대불 석조여래좌상의 온화한 미소가 기다린다. 속세의 시끌벅적함도 아랑곳하지 않고 견고한 침묵을 지키는 그 분위기에 압도돼 나그네는 절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한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돌려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까지는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산길에 나무계단까지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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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삼성각 오르는 길 |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그야말로 그림 한 폭이다. 반듯반듯한 논밭과 마을, 백사장과 숲을 에워싼 물줄기가 마치 원을 그리듯 휘돌아 흐른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도 매달린 물방울같은 땅 덩어리, 회룡포가 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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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석조여래좌상 |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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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을 에워싼 기원문 |
용궁면은 토종 순대로 유명하다. 박달식당(054-652-0522), 토박이순대(054-653-6038), 흥부네토종한방순대(054-653-6220) 등 소문난 손맛을 자랑하는 순대 전문식당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원조격인 박달순대는 실팍한 돼지 창자에 선지와 당면을 두둑히 넣어 만든 다양한 순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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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경내 우물 |
*찾아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에서 빠져나가 예천읍을 기점으로 삼는다. 회룡포는 예천읍에서 문경 방향 국도 34번을 타고 가다가 용궁면 소재지에서 LG주유소가 있는 샛길로 접어들어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면 된다. 5km 내외.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인터체인지에서 나오면 34번 국도를 타고 예천·안동쪽으로 간다. 점촌을 지나면 바로 용궁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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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꽃창살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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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면의 소문난 순대집 |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