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슈퍼레이스에 참가하는 GM대우자동차 레이싱팀의 디젤 경주차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보다 토크가 월등히 높아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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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레이싱카 |
논란은 GM대우가 2,000cc급 차종의 엔진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라세티 2.0ℓ 가솔린엔진 해치백을 투입했던 GM대우팀은 올해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2.0ℓ를 내세웠다. 회사로선 판매가 중단된 가솔린 2.0ℓ를 투입하는 것보다 계속 판매중인 2.0ℓ 디젤을 내보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슈퍼레이스 경주 참가차 규정에 "디젤"이 없었던 것. 이에 따라 주최측인 KGTCR은 슈퍼2000 클래스 규정에 디젤 경주차 조항을 신설, 참가를 허용했다. 주최측이 원칙을 내세워 GM대우 레이싱팀의 참가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완성차메이커의 모터스포츠 참여를 막게 되는 셈이어서 주최측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그러자 이번에는 가솔린엔진으로 슈퍼2000 클래스에 참여하는 다른 팀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배기량이라도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보다 토크가 높은 데다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은 커먼레일 직분사 방식이어서 이미 양산형에 터보 시스템이 부착된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대회 규정상 터보 시스템을 쓰지 못하도록 돼 있어서다.
이 같은 경주차의 근본적인 차이는 기록과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슈퍼2000 클래스에서 GM대우팀이 독주를 거듭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 7월 일본 치바현 오토폴리스 서킷에서 개막전과 2전 그리고 최근 열린 3전 모두 GM대우가 1, 2위를 독식할 만큼 막강한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주최측은 "디젤의 토크가 높다는 점에서 엔진회전 제한과 터보차저에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줄이는 리스트릭터 등으로 성능을 제한하고, 경기결과에 따라 핸디캡 중량도 부여해 최대한 공정한 경기로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쟁팀에선 이런 제한조치도 디젤의 근본적인 가속력을 상쇄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슈퍼2000 클래스에 참가하는 한 팀 관계자는 "드라이버의 실력이 비슷하다고 보면 차의 성능 차이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게 당연하다"고 항변했다.
한 마디로 디젤 경주차의 등장으로 애초부터 불리한 경기를 하고 있다는 푸념이다.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에서는 슈퍼2000 클래스를 동일한 차종으로 경기를 치르는 "원메이크"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엔진 종류를 같이해 선수의 주행기술이나 팀워크에 따라 순위가 결정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원메이크를 하게 되면 대기업의 관심 유발 효과가 높아 후원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국내 자동차시장과 모터스포츠계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여러 차종의 경쟁보다 한 차종으로 통일시키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에 신경쓰는 게 줄어들면 선수들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 프로스포츠로서 관중을 모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한 차종으로 경주를 벌이는 경기는 CJ슈퍼레이스 3800 클래스와 6000 클래스가 있다. 3800 클래스는 제네시스 쿠페가, 6000 클래스는 캐딜락 스톡카가 참여한다. 이 밖에 클릭과 포르테쿱을 이용한 스피드페스티벌도 원메이크로 치러지고 있다.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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