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파리모터쇼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차의 진화와 상용화다. 당장 거리를 운행해도 손색이 없는 전기차들의 등장은 하이브리드카에서 전기차로 급속히 선회하는 자동차산업의 방향을 뚜렷히 보여준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에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만큼 배출가스 감소를 위한 디젤 하이브리드카와의 경쟁도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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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전기차 컨셉트 |
▲친환경, 흐름이 아니라 주류
무엇보다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나타난 자동차산업의 흐름은 친환경이 단순한 물결이 아니라 이미 주류로 굳었다는 점이다. 이는 인프라만 갖춰지면 곧바로 투입이 가능한 양산형 전기차가 많이 등장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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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C-X75 전기차 컨셉트 |
아우디는 올초 제네바에서 컨셉트로 선보였던 전기차 e트론을 한 단계 발전시켜 양산형에 가까운 형태로 다듬었고, 푸조도 EX1이라는 고성능 경량 전기 스포츠카를 내보였다. "전기차=소형차"라는 기존 공식을 뒤엎고 고성능 스포츠카, 더불어 재규어 C-X75 같은 대형세단까지 전기차로 돌아서는 추세다.
모터쇼 참가 업체 가운데에서는 르노가 대표적으로 전기차를 적극 밀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전기차 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 플루언스 전기차와 소형상용차인 칸구 전기차의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르노 기획담당 필립 끌랑 부사장은 "르노의 목표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를 1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형 상용차인 칸구는 리스료로 월 17만 원쯤만 내면 운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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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데지어 전기차 컨셉트 |
▲ 디젤, 하이브리드로
전기차 못지않게 디젤 하이브리드도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디젤의 하이브리드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푸조가 3008 하이브리드4를 내놓은 것도, BMW가 액티브 하이브리드를 강조한 것도 그만큼 탄소 배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이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푸조 관계자는 "탄소 배출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디젤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시스템"이라며 "그릴을 바꾸고, 경량화를 하는 것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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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소형 전기차 컨셉트 |
실제 탄소 배출과 관련한 유럽연합의 의지는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유럽 각 나라의 탄소 배출 현황을 보여주는 인쇄물을 배포, 친환경 자동차의 등장으로 연평균 15% 가량의 탄소를 줄였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시보레 유럽 관계자는 "유럽 업체는 탄소 배출을 강조하면서 소비자가 경제적으로 탄소 배출 감소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국가적인 지원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쉽게 보면 정부가 앞장서 친환경차 인센티브를 늘림으로써 소비자의 친환경차 구매를 유도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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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홍보하는 도우미들 |
이를 토대로 업계에선 한국도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더욱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 때 보조금 3,000만 원을 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인프라 확충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르노 기획담당 필립 끌랑 부사장은 "전기차는 유럽도 마찬가지로 정부 의지가 관건"이라며 "탄소 배출 감소는 메이커뿐 아니라 정부가 함께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