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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차 디자이너 오충선 씨 |
르노 본사에 근무하는 당찬 한국여성 디자이너 오충선(34) 씨는 인테리어 담당이다. 한국에서 홍익대를 졸업한 뒤 입사한 업체는 기아자동차였다. 그러나 유럽 경험을 위해 기아차를 떠나 일본 미쓰비시와 유럽 푸조·시트로엥을 거쳐 2007년 르노에 합류했다. 그녀는 겸연쩍게 "동양 여성의 섬세함을 르노가 인정해주는 게 고마울 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파리에서 만난 오 씨는 르노삼성자동차와 르노가 신차를 공동 개발할 때도 부분적으로 작업에 참여했다. "르노쪽은 실용성이 강하지만 르노삼성은 감성이 강점인 것 같다"며 "양쪽의 주장이 충돌과 조율을 거쳐 완성되면 매우 좋은 차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르노 본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는 오 씨를 포함해 모두 3명이다. 각자의 프로젝트별로 움직이지만 공통점은 실용성이다.
"르노는 주력시장이 유럽이라는 점에서 소형차에 매우 강하죠. 그래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마다 실용적인 기능에 많은 공을 들여요. 또 프랑스다운 예술적 감각이 들어가야 하죠. 다른 업체와 차별되는 부분이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꿈은 자동차 수석 디자이너다. 이안 칼럼이나 피터 슈라이어처럼 자신의 이름이 당당히 내걸린 차를 직접 디자인하는 게 소망이다.
"쉽지는 않은 일이죠. 유럽에만 수많은 디자이너가 있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포기란 없죠. 끝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녀는 파리모터쇼 "디자이너의 날"에 참가한다고 했다. 유럽 내 모든 자동차업체 디자이너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흐름을 파악하는 자리다. 비록 경쟁자이기는 해도 동일 업종 종사자들끼리 소통과 교류가 중요해 열린다.
"디자인은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회사 사람이라고 만나지 못한다면 그 건 단절이죠. 유럽은 디자이너 간 소통을 놓고 보면 열린 곳이에요. 제가 유럽을 떠나지 않는 이유도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식사를 마치자 그녀는 낯선 도시를 방문한 이방인을 위해 직접 큰 길까지 안내해줬다.
"만나서 반가웠고, 훗날 더 큰 디자이너가 돼서 뵈면 좋겠다"는 오 씨의 말에 "꼭 그렇게 되시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돌아서는 오 씨의 뒷모습에선 한국 여성 특유의 끈질김과 당당함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파리=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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