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사업 '총성 없는 전쟁'

입력 2010년10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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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에너지 등이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배터리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이들 배터리에 전기를 공급해 줄 충전기와 충전기 설치 장소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충전사업에 참여하면 배터리에 충전이 이뤄질 때마다 전력 수수료는 물론 충전기 이용료를 받을 수 있어 기업으로선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충전사업을 놓고 기존 정유회사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회사와 충전기를 개발하는 충전업체, 그리고 자동차회사 사이에 치열한 물밑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유리한 자리에 올라 선 곳은 LS전선이다. LS전선은 지난 6월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범구축사업자로 선정돼 충전기를 공급 중이다. 특히 LS전선은 충전기 설치 장소로 과거 한 몸이었던 GS칼텍스 주유소를 활용, 시범 사업을 운용 중이다. GS칼텍스 또한 주유소 내에 충전기를 적극 설치, 전기차 보급에 대비한다는 전략을 세워 둔 상태다. 하지만 LS전선은 자동차회사가 전용 충전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게 문제점이다.

전기를 직접 공급하는 한국전력과 전기차 제조에 나서는 현대기아차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 손을 맞잡고 전기차 충전 사업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양사는 무엇보다 충전방식의 표준화를 주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쉽게 보면 국내 자동차시장을 주도하는 현대기아차가 전용 충전기를 만들고, 한전은 충전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양사의 전기차 충전사업의 걸림돌은 충전기 설치 장소다. 주유소 연계를 모색하지만 에너지회사도 주도적으로 충전 인프라 사업에 참여할 의도를 나타내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대기업이 충전 인프라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전기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차피 전기차가 운행되려면 정해진 충전소에 설치된 충전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이용자는 돈을 낸다는 점에서 알짜배기 수익사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전자회사가 만들지만 이용은 통신사업자의 몫인 것처럼 자동차회사가 전기차를 만들면 충전사업자는 충전으로 돈을 벌려는 것"이라며 "전기차가 늘어나면 기존 정유회사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유사로선 화석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취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회사는 그간 정유사에 의존했던 연료시장에서 벗어나 직접 에너지를 공급해 정유사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동시에 전기차 시장을 제조부터 운행유지까지 책임지는 일괄 체제를 갖추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이 전반적인 충전기 설치와 전기 공급 방식 등을 놓고 싸울 때 중소기업은 충전기를 두고 치열한 제품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충전방식의 표준화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완속 또는 급속 충전이 동시에 가능한 복합충전기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충전 인프라 사업을 원하는 대기업에 충전기를 납품, 전문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크게 직접 제조, 배터리·전기 모터·컨버터 등 핵심 모터를 만드는 부품 경쟁, 그리고 충전을 활용하려는 충전 사업자들이 서로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형국"이라며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단계여서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 하는 데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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