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오프로더' 짚 그랜드체로키

입력 2010년10월1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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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JEEP)은 전통적으로 오프로드에서 강세를 보이는 브랜드다. 정통 아메리칸 오프로더의 강인함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 덕에 고급스러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구형 그랜드체로키는 프리미엄 SUV를 표방했지만 어중간한 성격으로 소수의 마니아들이나 좋아했을 뿐 대중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번에 크라이슬러가 3년 만에 자신 있게 짚 브랜드의 신차를 선보였다. 그것도 회사 내에서 상징성이 큰 프리미엄급에 해당하는 신형 그랜드 체로키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합병한 뒤 유럽의 감성을 담아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된 감성 품질을 비롯, 많은 곳에서 개선이 이뤄졌다. 인천 영종도에서 신형 그랜드체로키의 온-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했다.


▲스타일
구형과 비교해 너무나 많은 곳이 바뀌었다. 이름만 이어받았을 뿐 완전히 새로운 차라는 점은 두 차를 함께 살펴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우직함이 느껴지는 외관은 개성을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무난한 스타일을 지녔다. 이는 덩치가 구형보다 커졌음에도 공기저항계수는 8.5% 낮아진 점 때문이기도 하다. 친환경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디자인에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을 더러 적용한 듯싶다.

우선 앞모양을 살펴보면 슬롯 그릴 일곱 개와 원형 헤드램프, 사다리꼴 휠 아치 등 짚 고유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유지했다. 전면 하단부의 탈착식 에어댐은 연료 효율을 높여주고 상황에 맞는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옆모양은 이 차의 육중한 몸매를 드러내 오프로더의 강인함을 표현하면서도 블랙 컬러의 B필러를 적용해 도시적인 느낌도 강조했다. 후면은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인데 요즘의 디자인 트렌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차는 달라진 겉모양과 마찬가지로 실내공간도 크게 개선됐다. 피아트의 디자인팀이 미국으로 건너와 중점을 둔 게 인테리어다. 가장 미국적인 차에 유럽의 감성을 입힌 셈이다. 구형보다 한층 고급스럽고 섬세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물론 최고급 소재를 적용한 건 아니지만 기존 짚 브랜드의 인테리어를 고려할 때 놀라운 발전이다.

아울러 차체 강성을 보강하고 차의 곳곳에 흡·차음재를 덧대 소음이 거의 없다. 특히 공회전 상태의 소음은 일본차만큼 조용하다. 또한 유리 두 장을 붙인 "라미네이트 글라스"를 적용해 주행 때에도 바람소리나 외부 소음이 충분히 차단된다.


▲성능 & 승차감
"온로드 지향의 오프로더"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시승코스가 온로드와 오프로드로 나뉘어 있어 일반 도로는 물론 험로 주행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우선 오프로드를 주행했다. 주행 모드를 "모래/진흙(Sand/Mud)"으로 변경하고 오프로드 코스에 진입했다. 물이 고인 곳이나 모래, 진흙탕 등 일반적인 차가 다니기 힘든 길임에도 거침없이 앞으로 질주한다. 좌우 높낮이가 달라 차가 기울어지는 상황에서도 자세 유지 능력이 뛰어나다. 랭글러 같은 정통 오프로더는 험로 주파 능력이 뛰어나지만 승차감은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러나 신형 그랜드체로키는 달랐다. 오프로드를 주행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여유가 생겼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과 차체 흔들림도 적은 편이어서 오프로드를 안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는 "심심한 차"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다음은 일반적인 도로와 고속도로를 주행했다. 최근의 고급 SUV에서 느낄 수 있는 정숙성을 갖췄다. 시속 100km쯤 달리면서 동승자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대화가 가능했다. 특히 공회전 상태의 정숙성이 매우 뛰어나다. 간단히 소음 측정을 해 봤더니 비슷한 환경에서 일본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해 보강 작업을 한 데다 소음 차단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게다가 가솔린 엔진의 특징인 부드러움도 한몫 했다.

신형 그랜드체로키는 펜타스타 V형 6기통 3.6ℓ 엔진을 쓴다. 고압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이 특징인 이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5.9kg·m의 성능을 낸다. 특히 최대토크의 90%를 2,000rpm부터 낼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연비는 7.8km/ℓ로 기존보다 10%쯤 개선됐다.

변속기는 5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변속기 반응은 빠르지 않은데 오프로드에서는 불편이 없다. 그러나 도심형 SUV 성격을 지닌 차여서 최근 추세인 6단이 아닌 점은 분명 아쉽게 다가온다. 이는 그동안 크라이슬러 그룹이 경영난을 겪느라 최근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총평
정통 오프로더인 "짚"이 도시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최근 많은 SUV가 출퇴근과 주말나들이용으로 목적이 달라진 점을 감안한 탓인지 이전 짚 브랜드에서 보인 고집을 꺾고 대중성에 집중했다. "최소한 남들이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싶다. 온열 기능이 있는 스티어링 휠, 스마트키, 스마트빔 바이제논 헤드램프, 사각지대 안내 장치 같은 첨단 편의장치도 많이 탑재했다.

신형 그랜드체로키는 국내에 고급형과 아웃랜더 두 가지 가솔린 버전으로 먼저 출시한다. 디젤 차종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고급형은 5,590만 원이고, 편의품목을 더한 아웃랜더는 6,890만 원으로 책정됐다.

영종도=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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