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몸집이 크면 느리다는 말을 수식어처럼 부쳐 이야기한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 대부분이 몸집이 크고 몸놀림조차도 빠르다. 예외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빠르고 탄력있게 움직이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가에 따라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이런 부분은 마찬가지이다. 이전 차량들은 크기를 키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빠른 순발력과 움직임은 뒷전에 두고 있었다. 때문에 유저들에게는 단지 높으신 사장님들이 뒤쪽에 승차하는 차량으로 운전자는 진땀을 흘리는 그런 모델로 평가받았다. 특히, 큰 SUV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많이 다르다. 높은 성능의 엔진을 심장으로 채택된 럭셔리 세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는 SUV도 몸집에 상관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다.
시승을 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디젤은 폭이 2m가 넘는 흔히 말하는 거구이다. 대부분의 차량들이 2m가 안된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분명이 대적할만한 차량이 몇몇 없을 것이다. 여기에 실내에 앉아 운전을 하게 되면 더더욱 그 크기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 TD V8엔진을 심장으로 채택한 레인지로버 디젤이다. 이와는 달리 크기 때문에 성능은 그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과감하게 뒤엎은 것도 레인지로버 디젤이라고 볼 때 최적의 SUV로 손색이 없다.
메이커에서도 레인지로버는 모방할 수 없는 웅장한 내, 외부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로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럭셔리 SUV라는 평을 받고 있는 랜드로버 최상위 모델이라고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레인지로버 TD V8 모델, 그 중 Vogue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럭셔리 SUV로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스타일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디젤 TD V8 Vogue는 SUV이지만 고급성을 강조하면서 이 모델 중 가장 완벽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첫 인상에서부터 전폭이 2,034mm인 큼직한 덩치가 시선을 주눅들게 할 정도인 레인지로버 디젤은 탄탄하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게 만들고 있다. 이런 크기의 차량은 허머 시승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레인지로버 디젤은 거기에 버금가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전의 레인지로버 모델들과 비슷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이 차량의 큼직한 디자인을 보게 만들고 있고 경사진 루프, 휠 아치 디자인, 고성능임을 제시하는 파워 벤트 등은 다이내믹해진 차체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또한, 파워 제논 헤드라이트와 잘 짜여진 헤드램프 컴비네이션 구성은 이 모델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모델들과 달리 20인치 휠이 적용되면서 이 모델 라인업 최고의 차량임을 알린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인 레인지로버는 실내공간 스타일은 어떤 럭셔리 세단과도 비교해도 그 이상을 유지한다. 시승을 진행한 레인지로버 디젤 TD V8 Vogue도 예외는 아니다. 첫 눈길이 글리는 대시보드는 고급스러움보다 SUV를 넘어선 호사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정교하고 간결해 보이지만 그곳에서 위치한 각각의 컨트롤 스위치들은 정통 오프로드 모델들의 투박함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
이런 고급성은 곧바로 실내로 연결되어 고급 가죽시트와 뒤쪽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겸용으로 사용되는 후방 모니터, 그리고 하만 카톤 사운드 시스템과 구성되어 뒷좌석 공간에 마련된 모니터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은 여느 차량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고급성이다. 또한, 트렁크 공간의 활용을 위해 위, 아래로 분리되는 개폐 방식과 하단 개폐가 물건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도록 한 점도 레인지로버만의 배려인 듯 하다.
특히, 시트는 SUV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다.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그리고 뒷좌석까지 진행되고 있는 고급스러운 시트는 겉에서 보던 선입견인 큼직하면 어딘가 단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게 만들었다. 부드럽지도,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은 시트는 편안한 승차감을 오랜 시간 동안 최적으로 유지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걱정이 된다면 오프로드 드라이빙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이 고급스러움을 깨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성능
이 차의 공차 중량은 2,700kg이 넘어선다. 이는 5명의 승차자가 탑승을 하게 되면 3톤이 넘어가는 모델로 변화된다는 의미로 성능은 그다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레인지로버 디젤 TD V8은 제원상에서도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65.3kgm이라고 제시되어 있을 정도로 그 성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특히, 디젤엔진이면서도 V8 엔진 특유의 움직임과 정숙성은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유롭게 느껴지는 레인지로버 디젤을 타고 시승을 위해 서울을 벗어났다. 왠지 서울 시내에서는 답답해 보이는 크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흔히, 레인지로버를 타면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방랑벽이 생긴다고들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들의 통해 적어지면서 시승차는 자신의 본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V8에서 내뿜는 배기음이 들여왔고 큰 덩치를 한없이 앞으로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스피도미터도 덩달아 올라섰고 정지한 후 움직일 때와는 달리 여느 가솔린 모델들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빠른 답습력이 보여진다. 100km/h를 넘어섰지만 디젤 엔진에서 느끼던 털털한 엔진음이 아닌 정숙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다가왔고 적용된 인텔리전트 시프트 ZF 6단 트랜스미션은 부드러운 시프트업을 진행해 갔다. 스피도미터가 150km/h를 넘어서면서 큰 차에서 느끼는 안정감은 현재의 스피드를 동승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숙하다.
과연, 이 차가 SUV, 그것도 정통 오프로드를 지향하고 있는 모델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로드에서 드라이빙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변을 준다. 물론, 큰 덩치답게 순간적인 출발은 조금 늦게 나타났지만 곧바로 다가서는 응답력은 덩치가 크면 느리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떨치게 만들 정도였다. 오히려 거대한 몸매 속에 감추어진 드라이빙의 아름다움을 레인지로버 디젤에서 느꼈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인 듯 싶다. 특히, 적용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컨트롤 스위치 조작만으로도 쉽게 지형 모드로 조절이 가능해 오프로드에 올라서서도 최적의 드라이빙을 제공했다.
이 모델은 그냥 넉넉함을 위해 타고 다니는 차량은 아니다. 큰 덩치, 안정된 드라이빙, 그리고 고급스러운 실내, 여기에 넘쳐나오는 터보 디젤 V8 엔진의 힘은 온로드, 오프로드를 떠나 어떤 드라이빙에서 만족스러움을 갖게 만드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이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랜드로버가 내 세우고 있던 모토처럼 레인지로버는 어떤 상황의 도로에서도 완벽한 드라이빙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큰 덩치의 성능에 어울리도록 브레이크 시스템도 브렘보 4피스톤으로 채우고 있어 완벽한 제동력도 갖추고 있다.
총평
유저들이 생각하는 오지탐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량이 랜드로버, 혹은 레인지로버이다. 그 만큼 정통 오프로더의 대명사로 자리메김하고 있는 모델들이기에 그 동안 일반 시내 주행에서 부적합하다는 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 레인지로버는 그런 평가를 벗어나도 될 듯 하다. 특히, 디젤 엔진의 탑재로 높아진 연비와 정숙성, 여기에 고급성을 더하면서 레인지로버는 좀더 확대된 평가를 받아야 될 듯 하다.
보는 것만으로 고급성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급성은 승차자에게 얼마나 편안함을 줄 것인가에 따라 그 차는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승을 통해 알아본 레인지로버 디젤은 보는 즐거움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모두 주고 있을 정도로 높은 평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세단의 럭셔리함과는 다르지만 그 보다 더욱 럭셔리한 모델이 레인지로버 디젤 TD V8 Vogue라고 하겠다. 연비와 럭셔리, 그리고 성능이 겸비된 모델, 하지만 큰 덩치가 선택에 있어서 유저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한창희 기자 motor01@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