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미니가 처음 수입됐을 때 업계는 일종의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이전까지 수입차시장을 지배하던 세단, 그 것도 고급 세단들의 틈바구니에서 미니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차가 팔릴 지가 이슈로 떠오른 것. 이는 수입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을 깨트리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이런 류의 차량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니아라는 유저들을 주 타켓으로 한 미니는 몇몇 사람들이 성공과 실패라는 이야기를 들 먹이면서 논하고 있을 때 좀더 과감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일구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만족이었다. 다시 말해 세단이 아니면 수입차 시장은 판매가 저조하다는 선입견을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마니아 시장을 창출했다. 여기에는 마케팅 전략이나 가격적인 부분도 들어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작은 사이즈이면서도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인상을 깊이 심어준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수입을 시작한 후 미니는 쿠퍼와 슈퍼차저를 장착한 쿠퍼S, 그리고 튜닝을 진행한 존웍스 미니, 그리고 미니 컨버터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을 공개했다. 최근에 런칭을 진행한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마니아들이 원하는 스포츠 드라이빙에 좀더 자극적인 오픈 에어링을 즐기도록 구성된 모델이다. 지난 2009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후 국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한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런칭부터 세차장에서 오픈된 채 선보이는 독특한 미니 마케팅을 엿보게 만들었다.
스타일
미니 쿠퍼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함이다. 익스테리어는 물론 인테리어까지도 여느 차와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어 웬만한 모험심을 갖고 있지 않은 마니아들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미니를 한번이라도 시승해 본 마니아들은 그 느낌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점점 빠져들어가게 된다. 그런 느낌은 미니만의 독특한 스타일에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모델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승을 한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일반인들이라면 기존 미니와 스타일에서 많은 차이는 없다. 이와는 달리 마니아들이라면 한눈에 더 커진 라디에이터그릴과 넓어진 바디라인으로 한층 단단하고 대범해진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의 모델들이 약간은 여성적인 육체미가 흘렀다면 이번 미니 컨버터블은 잘 빠진 남성의 근육을 한눈에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큰 차들이 가지지 못한 세심한 부분들이 미니에는 그대로 묻어 나기 때문에 더욱 단단하고 스포티함이 살아있다고 보여진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크기는 전장*전폭*전고(mm)가 3,699*1,683*1,414mm로 운전하기에 편안한 사이즈다. 이 사이즈에 스포츠 스타일로 다듬어진 스타일링은 미니가 결코 조용한 차량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인지하도록 만든다. 바로, 미니가 갖고 있는 ‘다르다’라는 테마를 전체적인 스타일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니의 이런 모습은 실내로 이동하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물씬 풍기고 있다. 단지 탄탄한 스타일을 떠나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인테리어 공간은 미니에게 매료되도록 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인스투르먼트 패널에 원형의 계기판, 그리고 센터페시아 위쪽에 마련된 rpm 게이지 패널에는 미니 컨버터블만이 갖고 있는 오픈 타이머가 위치해 있다.
이 차의 스타일 중에서 가장 문에 들어서는 것은 소프트탑이다. 이전의 소프트탑들과 달리 미니 컨버터블의 소프트탑은 2단계로 조작이 된다. 우선 버튼 조작으로 40cm 정도만 열리도록 해 선루프와 같은 느낌을 얻고 있으며,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 위해서 좀더 조작을 하면 풀 오픈이 가능하다. 이때 오픈되는 시간은 30km/h 정도 속력에서도 15초면 된다. 오히려, 미니의 전체적인 스타일은 오픈을 했을 때 더 정겹게 느껴진다.
성능
미니의 성능을 논할 때 마니아들은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이는 미니가 갖고 있는 성능을 가장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시승한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경우 1.6리터 트윈터보 직분사 엔진을 심장으로 채택해 제원상 최고출력은 175마력에 최대토크는 24.5kgm이다. 토크도 오버부스트가 작동되면 26.5kgm으로 높아지며, 0-100km/h 가속성능은 7.7초, 최고속도는 217km/h까지 가능하다.
이런 성능에 앞서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묘미는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차이지만 오픈을 하고 나면 밖으로부터 불어오는 공기들이 미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을 보여준다. 여기에 알맞게 다져진 성능은 미니가 갖고 있는 특징을 마음껏 누리게 만든다.
미니의 특징은 단단한 하체이다. 그 동안 미니 라인업을 시승하면서 이런 스포티한 서스펜션이 마니아들이 원하는 드라이빙 욕구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끔 했다. 이런 서스펜션 성능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에서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스포츠 마니아들이라면 미니의 톡톡튀는 듯한 성격에서 달리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건드리자 성능이 곧바로 응답을 해 온다. 오픈된 뒤쪽으로 시원스러운 배기음이 들려오고 스피도미터는 주춤거림이 없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나는 보통이 넘는 차량이다’라는 것을 몸으로 시승자에게 느끼게 만들고 있다. 좀더 깊숙하게 밟으면 터보와 어우러진 엔진소리가 들려오면서 시승자를 뒤쪽으로 살짝 밀어붙이고 앞쪽으로 돌진하는 독일 병사와 같이 달려나가는 모습은 대형 차들과 다르게 더욱 스포티하다.
이와 함께 서스펜션을 통해 노면의 부딪힘이 시승자에게 전달하는 모습은 마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의 게임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듯 하다. 대부분 이런 느낌은 스포츠카나 이와 비슷하게 개조된 차량들에게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에 결코 평범하지 않게 생각해 봄직하다. 미니의 이런 모습에 처음 달려 본 운전자라면 차량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를 의심해 볼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마니아로 시승을 접해 보면 이차만큼 운전자의 마음대로 움직여줄 수 있는 차량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너에 들어서면 미니는 평범함, 그 이상을 뛰어넘어 시승자에게 희열을 느끼게 만들었다. 작은 차에서 나오는 큰 출력의 힘은 코너의 진입과 탈출을 스포츠카 이상으로 달갑게 받아주었고 좀더 스포티한 감각으로 미니의 서스펜션 시스템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이 보여주는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핸들링 성능은 시승자에게 좀더 과격함을 원하는 듯 했다.
빠른 시프트 업에 이은 스피드, 코너에서의 탁월한 핸들링 성능과 서스펜션 능력, 그리고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되어 적용되어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 등은 미니가 좀더 진화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시승에서도 차량에서 보내오는 강렬한 스포티한 승차감과 배기 사일런스 등도 스포츠 마니아들을 타킷으로 하고 있는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을 자연스럽게 알도록 했다.
총평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다른 미니처럼 12가지 차체 색상으로 구성되어 스타일, 성능과 함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타는 즐거움에서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다. 어쩌면 여름철 미니 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보는 남성들의 눈을 통해 미니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미니를 시승하면서 지나치게 스포츠 느낌을 강조한 차체로 인해 운전자는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하고, 많은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하고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에 앉아 있게 된다면 하루의 운전으로도 저녁에는 깊은 잠에 빠져들 것 같다. 스포츠의 매력을 강조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새로 접근하고자 하는 일반 유저들의 생각을 좀더 생각하는 미니가 됐으면 좋지 않았을까?
여기에 4,400만원의 차량 가격은 미니에 소프트탑 옵션이 추가됐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지만 최근 수입차들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부분과 경쟁력을 제고해 보아야 할 듯 하다. 단, 미니는 마니아를 대상으로 판매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다.
한창희 기자 motor01@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