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어진 세련미, 인피니티 G37 컨버터블
인피니티 G 라인은 크게 세단과 쿠페, 그리고 컨버터블로 나눠진다. 국내는 세단이 먼저 들어온 뒤 쿠페, 그리고 컨버터블이 추가됐다. 이 중 이번에 시승한 컨버터블의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다움이다. 세련미가 물씬 풍긴다는 얘기다. 여기에 초기 가속력도 체감상 뛰어나다. 헤드레스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량도 풍부한 편이다. 아름다움과 질주본능, 그리고 오디오에 이르기까지 컨버터블의 기본기는 충분한 것 같다.
▲ 스타일
흔히 컨버터블을 스포츠카로 오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붕이 열리면 무조건 스포츠카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컨버터블 중에서도 외형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차종이 있는가 하면 성능에 치우친 차종이 있다. 제조사마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성격은 제각각이다. G37 컨버터블은 성능과 스타일을 동시에 만족시키려 한 흔적이 역력한 역동적인 컨버터블에 가깝다.
앞모습의 경우 날카롭게 자리한 헤드램프가 우선 돋보인다. 헤드램프 사이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인피니티 고유의 4선으로 마무리했다. 그릴 사이가 촘촘해 보이는 덕분에 역동성은 더욱 부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G37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부분은 측면이다. 지붕을 열고 옆에서 보면 매우 낮아 보인다. 지붕이 감추어져 점에서 더 낮아 보이기도 하겠지만 달리기 성능을 위해 전반적으로 무게중심이 아래로 모이도록 설계한 이유도 한 몫 한다. 도어 핸들 높이에서 앞뒤로 이어진 캐릭터라인도 역동성에 보탬이 되는 포인트다.
뒤에서 보면 역동성은 극대화 된다. 대형 범퍼 위로 리어램프가 좌우로 길게 자리했다. 특히 중앙으로 램프 끝 선이 모아지면서 낮아 보이는 자세는 역동적인 컨버터블의 이미지를 갖기에 충분하다. 지붕을 닫고 뒤에서 보면 더욱 차가 낮아 보인다. 엉덩이가 좌우로 탄력을 내뿜는다는 표현이라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실내는 인피니티 고유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블루와 화이트가 조화된 계기판과 오렌지 색상의 트립창이 자리했다. 요즘 대부분의 차가 그렇듯 트립창을 보면 차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센터패시어도 전형적인 인피니티다. 상단의 LCD 창과 그 아래로 로터리 타입의 메인 스위치와 로직 방직의 메뉴 전환 버튼이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그러나 키가 작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조금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아래로 아날로그시계 및 오디오 장치가 있고, 바로 다음은 공조장치다. 전반적으로 복잡 고급화보다는 단순 고급화에 치중한 모습이다.
▲ 성능 & 승차감
엔진은 V6 3.7ℓ DOHC 알루미늄 합금 엔진이다. 고 흡입량 위주로 튜닝된 흡기 시스템으로 최대출력은 329마력(7,000rpm), 최대토크는 37㎏.m(5,200rpm)이다. 여기에 전자제어식 7단 자동변속기가 더해졌다. 뒷바퀴굴림 방식이다.
먼저 시동을 걸었다. 버튼만 누르면 된다. 가속페달 답력은 조금 묵직한 편이다.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순식간에 속도가 오른다. 시속 200㎞/h까지 거뜬하다. 적어도 성능에 대해선 전혀 불만을 내뿜을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배기음이다. 물론 컨버터블이 스포츠카의 배기음을 반드시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역동성이 가미된 스포츠 컨버터블의 컨셉트라면 배기음 정도는 다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트는 매우 좋다. 양 옆구리를 꽉 조이는 버킷 타입이다. 덕분에 급회전 시 시트가 몸을 바짝 감싸줘 흔들림이 억제된다. 차체가 코너링 시 쏠림을 이겨내며 단단하게 받쳐주면서 시트도 몸을 지지하니 코너링 때의 느낌은 상당히 좋다. 승차감도 무난한 편이다. 약간 단단한 편이지만 엉덩이에 모든 노면의 잔 진동이 전달될 정도는 아니다.
변속충격은 거의 없다. 근래 들어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어진간한 중소형 차종에서도 변속충격은 느끼기 어렵다. 물론 ‘D"에서 ’N"으로 바꾸거나 ‘N"에서 ’D"로 전환할 때 차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있기는 하지만 달릴 때는 없다는 얘기다. 기어 레버는 원형으로 손에 잘 들어 온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에 라디오 채널을 찾는 ‘seek" 기능이 없다. 손을 센터패시어로 뻗어 조절해야 한다. 물론 없는 차종도 많지만 인피니티라는 브랜드를 감안할 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룸미러는 ECM 기능이 없다. 물론 하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수동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다.
반면 차 문을 열고 닫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은 매우 좋다.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도어 임팩트 바의 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좋다. 스티어링 휠에 약간의 굴곡을 나타내 손에 잘 잡히도록 한 것도 칭찬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인상에 남는 것은 오디오다. 컨버터블의 경우 지붕을 열고 달리면 바람소리가 심하게 유입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오디오의 음량과 음질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된다. G37 컨버터블에는 헤드레스트에 스피커가 부착돼 있다. 음악을 켜면 머리 뒤 좌우 귀로 소리가 흘러나온다. 톱을 열고 주행할 때 음악소리가 바람소리에 묻히는 것을 방지했다.
▲ 총평
인피니티 G37 컨버터블은 ‘역동적인 스포츠 컨버터블’의 컨셉트다. 실제 4인승이지만 뒷좌석에 어른이 앉기에는 좁다. 실용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얘기다. 공기저항계수도 0.3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외형에서 역동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 부분은 합격점이다.
실내의 경우 기능 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인피니티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지키고 있다. 몇 가지만 개선하면 더 나은 상품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럼에도 지붕을 닫았을 때 53:47, 지붕을 열었을 때 52:48의 앞뒤 중량 배분은 이 차가 안정된 달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쉽게 보면 인피니티 차종의 흐트러지지 않는 개성, ‘역동성’이 컨버터블에 잘 스며들었다는 얘기다. 언제 어디서든 페달을 밟으면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주니 말이다. 그 같은 컨버터블의 속도 쾌감을 느끼려면 7,28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