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은 푸조의 8세대 모델이다. 미래적인 스타일링을 앞세우고 있지만 역시 푸조하면 연비 좋은 디젤엔진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작년 10월 국내에는 308 해치백과 SW모델이 들어왔다. 둘 모두 2.0ℓ 디젤엔진으로 ℓ 당 15.6km라는 높은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푸조는 세 번째로 308의 일원이 된 308MCP를 통해 새로운 기어시스템 MCP와 1.6ℓ 디젤 엔진을 결합, ℓ 당 19.5km라는 경이적인 효율을 달성했다. 그러면서도 2.0ℓ 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의 동력성능을 실현해 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타일
전반적인 외형은 308 해치백과 동일하다. 감성적이고 역동적인 프랑스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고양이과 동물을 연상시키는 푸조의 펠린룩 프런트는 디자인 적 요소의 극치다. 8세대로 넘어오면서 새로게 바뀐 안개등은 사자의 송곳니를 연상시킨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유려하게 다듬어진 차체 라인은 공기저항의 감소와 더불어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한다. 깎아 내린 것 같은 느낌의 C필러는 308시리즈의 매력요소다.
MCP가 이전 모델과 다른 점은 시트를 가죽에서 직조로 바꿨다는 점이다. 엉덩이에 닿는 느낌이 부드럽다. 또한 대시 보드의 질감도 이전보다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가장 변화된 부분은 설치형 내비게이션인데, 이는 한국에서 자체 제작했다. 시승차는 인증차에 가설식으로 된 것이라 약간은 조악한 느낌이 들었다. 정식 출시된 차에서는 조금 개선된 내비게이션을 만날 수 있다. 아이리버 제품으로 지니맵을 채택했다.
기존 모델에 센터페시아 중앙 수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뻥 뚫린 공간에는 계기판과 동일한 색상인 붉은 계열의 LCD 창이 생겼다. 이 창으로는 연비 상황 등의 전반적인 차의 상태를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오디오도 이전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교체됐다. 장식에는 크롬 도금이 사용됐다. 검은색인 내부색상과 대조를 이뤄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혹자는 붕 떠보인다는 악평을 내기도 했다.
푸조차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다. 일반적인 선루프처럼 열리는 구조는 아니지만 천정이 거의 통 유리로 돼 있어 탑승자로 하여금 오픈카 못지않은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이를 포함한 글라스의 총 면적은 5.58㎡으로 운전자가 눈앞에 유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의 가시성을 확보했다.
▲성능
MCP라는 기어 시스템을 논하지 않고서는 308MCP를 설명할 수 없다. MCP 기어 시스템이란 수동기반의 전자제어 트랜스미션으로 클러치 폐달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수동 변속기를 자동 변속기 같이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으로 자동변속기보다 뛰어난 성능의 연비를 실현할 수 있었다.
변속레버가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오토미션이 들어간 차량의 변속레버는 P-R-N-D로 배열 돼있는데, 308MCP는 R-N-A-M로 이어진다. 수동을 기반으로 한 변속기 탓이다. 주차 시에는 레버를 N의 위치에 놓고 핸드 브레이크를 당겨야 주차가 완료된다. 반대로 시동을 걸대도 반드시 N에서만 걸리게끔 돼있다. 만약 다른 위치에 레버가 있었다면 차량은 곧 계기판 화면을 통해 N으로 레버를 향하라는 신호를 준다.
출발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엔진이 그릉대는 소리가 들렸다. 푸조 디젤엔진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바로 디젤인데도 엔진 소음이 적다는 것. 소리에 민감할 사람이 아니라면 가솔린과의 소음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레버를 A에 놓고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변속충격이 강했다. 출발과 함께 차량이 앞으로 쭉 나갈 것을 기대하고 폐달을 밟았지만 변속 시 차량의 속도가 줄면서 한번 감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1단에서 3단으로 넘어가는 변속 충격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졌다. 동승자는 이를 두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마다 세 번 앞차에 인사를 하게 될 정도라고 거부감을 보였다. 최근의 자동차들이 변속충격이 거의 없는 스타일을 선호(그 포르쉐 마저도!)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수동과 자동의 장점이 결합된 미션이라도 조금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동 모드인 다이내믹 모드(레버 위치 M)에서는 변속 충격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 내 마음대로 변속 타이밍을 정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스티어링 휠 뒷면의 패들시프트와 레버 자체를 위 아래로 움직여 변속하는 두 가지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차에 장착되는 패들시프트는 그 원래의 용도와는 다르게 사족에 가깝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308MCP의 패들시프트는 반응도 빠르고 활용성이 높았다.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푸조가 수입차중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1.6ℓ 엔진의 성능은 나무랄 곳이 없었다. 최대 출력은 110마력으로 수치상으로는 국산차보다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지만 실제 주행감은 그 이상으로 파워풀한 느낌이 들었다. 최대 토크는 24.5kg.m로 오버부스트 상태에서는 26.5kg.m까지 치솟는다. 변속 충격도 4단 이상에서는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약해졌다. 서스펜션 또한 대부분의 유럽차가 그러하듯이 스포츠 주행에 적합하도록 단단하게 세팅됐다. 스티어링 휠 또한 무게감이 있어 코너나 급차선 변경 시에 차량을 안정감 있게 만든다. 저속보다는 고속에서 상당히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변속 레버 옆에 있는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좀 더 긴밀하고 폭발력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서스펜션 또한 좀 더 단단하게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동 성능 또한 우수했다. 급정거를 해도 차량 자체의 안정성이 흐트러지는 것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에는 어쩔 수 없다. 물리법칙까지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까. 경사면 정지 상태에서 출발 시에는 힐 스타트 어시스턴스 기능이 작동한다. 수동 변속기의 특징인 경사면 밀림현상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데면 약 2초간 자리에 정지한다. 3% 이상의 경사면에서 발휘된다.
시승 간 300km 정도를 주행했는데 17.8km/L의 평균연비를 보였다. 공인연비인 19.5km/L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나 시승을 위해 다소 무리한 주행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당분간 디젤 차량 중에서 이 보다 좋은 연비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총평
푸조는 외관의 유려함 때문에 남자 성향의 주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국내에서는 여성 선호도가 높은 메이커다. 하지만 308MCP의 변속 충격은 여성들에게는 큰 거부감으로 다가올 듯싶다. 예상하건데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구입을 꺼려하는 사람도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동력성능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따라서 여성보다는 화끈한 주행을 원하는 젊은 남성층에 충분히 어필할만하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파워풀한 소위 지르는 맛이 나는 차량이다. 디자인 취향만 맞는다면 구입을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차량가격이다. 3,410만원에 출시 된 이 차량은 2.0ℓ 엔진이 탑재된 이전 모델들과의 가격차이가 400만 원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또한 국산차 중 라이벌이라고 여겨지는 i30과 비교해보니, 연비는 조금 달릴지 몰라도 차량 가격이 천만 원 이상 차이가 있어 5년 이상 타야 308MCP 쪽이 가격 경쟁성을 확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수입과 판매를 담당하는 한불도 큰 걱정을 했다. 이유는 환율 때문이라는데, 유로화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천만 원 후반대에 들여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음에도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는 후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