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사상 처음으로 열린 코리아 그랑프리의 주인공이 됐다.
24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10년 포뮬러원 그랑프리 17전에서 알론소는 앞서 가던 마크 웨버(레드불)와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을 밀어내고 역사적인 한국 그랑프리 첫 우승을 챙겼다. 이로써 알론소는 승점 25점을 획득, 종합순위 1위에 올라 향후 시즌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이 날 오전부터 내린 비는 승부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결국 10분간 경기가 지연됐고, 각 팀은 안전상의 이유로 세이프티카의 동행출발을 요구했다. 운영측인 FIA가 동의하면서 세이프티카를 앞세운 채 경기가 시작됐다. F1 머신의 힘찬 출발을 원했던 한국 관람객들로서는 맥이 빠지는 순간. 그러나 세이프티카 운행은 오래 가지 못했다. 코스 상황이 더욱 악화돼서다. 이윽고 적색기가 올라와 경기는 중단됐다. 이후 모든 드라이버는 그리드에 서서 운영측 발표를 기다렸고, FIA는 트랙 위의 물기를 제거한 후 경기를 속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오후 3시55분 세이프티카가 트랙을 한 바퀴 돌며 점검한 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오후 4시05분 경기가 재개됐다.
이후 17랩까지 세이프티카를 선두로 둔 레이스가 이어졌다. 세이프티카가 선두에 서면 추월할 수 없는 까닭에 경기는 지루해진다. 그러나 18랩째에 세이프티카가 피트로 들어온 뒤 레이스는 박진감을 띠기 시작했다. 그러다 1바퀴를 채 돌기 전 사고가 났다. 종합순위 1위(220점)의 웨버가 코너에서 빗물에 미끄러지며 머신이 돈 것. 웨버는 이후 5위로 뒤따라오던 니코 로즈버그(메르세데스GP)와 충돌 후 리타이어했다. 이에 따라 경기는 베텔(레드불), 알론소, 루이스 해밀턴(멕라렌), 펠리페 마사(페라리), 젠슨 버튼(멕라렌) 순으로 이어졌다. 28랩째는 버튼의 머신에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겨 주춤하자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GP)가 그 자리를 낚아챘다.
33랩째 베텔과 알론소가 동시에 피트인했다. 한 치 앞이 급한 알론소로서는 베텔과의 피트워크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했으나 타이어가 빠지지 않아 교체가 늦어졌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해밀턴이 2위로 들어섰다. 그러나 해밀턴은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35랩 첫 코너에서 코스아웃한 것. 해밀턴이 재빠르게 코스로 복귀했으나 이미 알론소가 추월했다. 이후 레이스는 각 드라이버의 순위가 유지하며 전개됐다.
레이스가 종반으로 향하던 46랩째 한 차례 폭풍이 몰아쳤다. 직선코스에서 알론소가 베텔을 제친 것. 이유는 베텔 머신의 급격한 출력저하였다. 이후 베텔은 머신 하부에서 화재가 나며 리타이어했다. 알론소가 월드챔피언의 문을 활짝 연 순간이다. 올시즌 우승후보 중 하나인 해밀턴이 2위로, 3위는 알론소의 동료 마사, 로버트 쿠비자(르노)가 뒤를 이었다.
결국 총 9명의 드라이버가 리타이어하는 파란을 겪은 코리아 그랑프리의 우승은 알론소에게 돌아갔다. 2위는 해밀턴, 3위는 마사가 차지했다. 알론소는 시즌 종합 순위에서 25점을 추가하며 1위로 올라섰다.
한편, 각 그랑프리의 체커기는 화제의 인물이 맡는다는 관례에 따라 이번 그랑프리는 KAVO의 정영조 회장이 맡았다. 정 회장은 체커기를 흔들며 알론소의 코리아 그랑프리 첫 우승을 축하했다.
영암=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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