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보러 갔다 단풍 계곡에 홀렸네!

입력 2010년10월2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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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의 명성산은 억새군락지로 이름난 곳이다. 우리나라 5대 억새군락지 중 한 곳인 이곳은 가을이면 19만8,000㎡(약 6만 평)이 넘는 드넓은 능선이 온통 은빛 억새밭으로 뒤덮인다. 억새꽃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중순이면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등산객들로 붐빈다. 올해도 지난 10월 15~17일 동안 억새꽃 축제가 열려 많은 이들이 명성산을 찾았다.

억새꽃 군락지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명성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은 여전히 끊이질 않는다. 어쩌면 이들은 명성산의 진면목을 꿰차고 있는 고수들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축제기간 중에는 산정호수 초입서부터 밀리는 차들로 주차난은 말할 것도 없고, 몰려든 사람들로 등산로는 통행이 제대로 안될 만큼 혼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억새꽃 구경을 온 것인지 사람구경을 온 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계곡을 물든인 단풍
하지만 이맘때 찾아가면 여유 있게 억새꽃 군락지를 돌아볼 수 있고, 덤으로 단풍구경까지 즐길 수 있다. 아니다. 표현이 잘못됐다. 덤이라니. 이제는 주객이 뒤바뀌어 억새꽃보다 단풍계곡에 더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명성산의 단풍은 유난히 붉고 눈부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온통 단풍으로 뒤덮인다. 가을 햇살을 받아 숲은 현란한 오색 빛깔로 아롱거리고, 곳곳에 숨은 폭포와 암반이 단풍 숲과 어우러져 선경을 빚어낸다. 그 장관을 마주한 등산객들은 걸음을 멈춘 채 감탄인지 한탄인지 알 수 없는 탄성을 내뱉고….



명성산은 전체적으로 암릉과 암벽으로 이뤄졌지만 동쪽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그 동편 분지가 억새군락지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12봉 능선과 북쪽으로 오성산, 동북쪽으로 대성산, 백암산, 동쪽으로 광덕산, 동남쪽으로 백운산과 국망봉을 모두 볼 수 있다. 명성산 남서쪽 기슭에 산정호수가, 북쪽에 용화저수지가 있다.

단풍으로 물든 등산로


일반적으로 산행은 등룡폭포 입구 매점과 식당 앞에서 출발한다. 이곳에서 출발해 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정상~산안고개~산정호수로 나오는 여섯 시간 코스와 가든식당~비선, 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까지만 갔다가 자인사로 하산하는 세 시간 코스가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여유 있는 걸음이라면 산행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여섯 시간 코스를 택해도 좋지만, 초행으로 억새꽃 군락지를 목표로 하는 이들이라면 세 시간 코스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단풍 아래 쉬어간들 어떠하리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등룡폭포 입구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초입부터 숱한 유혹이 기다린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선 음식점들은 고소한 부침개 냄새를 풍기며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동동주며 족발, 가오리무침은 말할 것도 없고 벌써 어디서 한 잔 걸친 듯한 아저씨가 연시냄새 풀풀 풍겨대며 객쩍은 소릴해대는 풍경도 빙긋 웃으며 바라보게 한다.



음식점들 뒤로는 하얀 색 서양풍 목조 건물이 산뜻한 모습을 내보인다. 펜션들이다. 이 골목을 벗어나면 왼쪽 비탈길을 따라 책바위로 오르는 난코스와,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오르는 직진 코스로 길이 나뉜다. 책바위 암릉 코스는 산세가 가파르고 곳곳에 험한 암벽이 가로막혀 있어 로프를 타야 하는 등 웬만한 산악인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명성산을 보려면 바로 지금 가야


거의 모든 등산객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행코스를 선택한다. 경사가 완만해 어린아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다. 또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등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경관이 기다리고 있다. 넓게 펼쳐진 암반 위에서 단풍으로 물든 계곡을 여유 있게 감상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쉬엄쉬엄 그 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억새밭 군락지에 다다르게 된다.



호젓한 여유
*맛집

산정호수 유원지에 식당가가 있다. 포천까지 간 걸음에 소문난 이동갈비 마을로 가거나 성동리 손두부마을을 찾아가보는 것도 괜찮다. 47번 국도를 따라 포천시 일동면과 이동면, 백운계곡 입구까지 갈비집이 이어지는 이동갈비촌은 마을 초입에서부터 달콤한 갈비 냄새가 진동한다. 영중면 성동리로 가면 맷돌로 직접 콩을 갈아 만든 두부를 맛볼 수 있다. 원조 파주골손두부(031-532-6590)가 유명.



절정은 지났으나 여전히 장관인 억새 군락
*가는 요령

동부간선도로가 가까우면 의정부 쪽에서 진입하고, 장흥이 가깝다면 동두천 쪽에서 들어가는 게 빠르다. 의정부에서 국도 43번을 타고 포천, 철원 쪽으로 가다가 성동 3거리에서 직진해 운천 제1교차로를 지나 문암 3거리에서 우회전한다. 한화콘도를 지나면 산정호수 매표소. 아니면 성동 3거리에서 우회전하거나 국도 47번을 타고 수입교차로에서 산정호수·명성산 쪽으로 접어든다. 산정호수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주차장과 명성산 등산로가 나온다.

여전히 등산객들로 붐비는 명성산
등룡폭포
막걸리꽃이 피었습니다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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