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보쉬의 합작 배터리 회사 SB리모티브가 울산에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이로써 SB리모티브는 유럽, 미국, 한국의 주요 거점을 확립하고 배터리 생산과 공급 준비를 마쳤다. 이를 기념해 10일 보쉬의 회장 프란츠 페렌바흐가 내한해 울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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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모습 |
이 자리에서 프란츠 회장은 전기차 시장과 SB리모티브의 미래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을 알렸다. 동석한 삼성SDI의 최치훈 대표, SB리모티브의 이진건, 요아힘 팻져 공동대표도 양 사의 협력 체제와 합작사의 역할, 시너지 효과 등을 설명했다. 다음은 그들과 가진 일문일답.
-전기차 가격이 동급의 내연기관 차와 비슷해질 시기는 언제로 보는가?
"(페렌바흐 회장) 올해 세계 자동차 생산대수가 7,400만 대나 된다. 이 차가 전기차로 하룻밤에 전환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배터리 비용이 중형 전기차를 기준으로 2015년 5,000유로나 될 만큼 고가 기술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몇몇 국가에선 보조금으로 시장 도입을 촉진할 수 있겠지만 충분한 자금력으로 적극성을 보이기란 쉽지 않다. 결국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전망은?
"(페렌바흐 회장) 점진적 성장으로 보고 있지만 2020년까지 점유율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은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 때쯤이면 가격이나 전력 밀도에서도 만족할 만한 배터리가 시장에 나올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법규나 제도와 함께 묶여가는 성격이 강하다.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중국 등에서 이런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이 있어 전망이 밝다. 이와 동시에 파일럿 프로젝트의 형태로 도입하거나 시범 프로젝트가 이뤄질 것이다."
-전기차 개발 계획이 있나?
"(페렌바흐) 보쉬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은 없다. 자동차의 전기모터, 배터리, 파워트레인 등 전기차를 운용하기 위한 솔루션만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보쉬를 파트너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최치훈 대표) 회사를 맡은 지 얼마 안돼 합작회사 출범 당시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자동차회사들과 합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중립적이지 않거나 고객이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런 것을 피하기 위해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보쉬를 선택하게 된 큰 이유는 보쉬가 가진 자동차산업에서의 역할 때문이다.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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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렌바흐 회장 |
-크라이슬러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SB리모티브에 어떤 의미가 있나?
"(최치훈 대표) 세계 빅 메이커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배터리 수주는 의미가 크다. 유럽 업체인 피아트 산하여서 앞으로 페라리나 마세라티까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전기차 배터리 시작 단계인데 수주 전략은 어떤가?
"(최치훈 대표) 보쉬의 장점은 모든 자동차 업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수주 전략으로 최대한 활용해 도움 받을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사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전지 무게, 가격에서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접촉 업체들은?
"(최치훈 대표) 어떤 업체와 접촉하고 있는지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유럽, 아시아, 미국 자동차 업체와 계속 협의 중이다.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방한 중 비지니스 일정을 설명해달라?
"(페렌바흐 회장) 한국을 방문한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고객을 만나는 일이다. 한국 생산 모든 제품에 보쉬 제품이 들어가 있어 한국 자동차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차 정 회장은 어제 만났다.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5억 달러 투자계획과 18만 대 생산능력 확보는 울산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이진건 대표) 5억 달러 투자는 보쉬와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 부분에 계속 투자하는 금액이다. 18만 대 분량 가운데 많은 양이 울산 외에 유럽, 미국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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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져 대표 |
-중국이 전기차를 전략적으로 추진중이다. 따로 진출 할 계획이 있나?
"(페렌바흐 회장) 2015년까지 목표가 18만 대 수준의 생산 여력이다. 이를 위해 여러 업체와 협의 중이다. 중국이든 유럽이든 관계없이 수요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한다. 어디에 어떻게 진출한다고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울산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유럽과 한국의 엔지니어간 소통의 문제는 없는가?
"(페렌바흐 회장) 우리가 발견한 것은 두 회사가 가진 가치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건전한 재무성과 직원들의 대우 등에서 매우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궁합이 좋다. (요하임 팻져) 엔지니어링 협력 관계는 장거리로 떨어져 있어 협력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양사가 가진 노하우는 분명히 협력에 도움이 된다. 인력 교환이나 적절한 소통 창구를 마련해서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앞으로도 그런 부분을 좀 더 발전시키고 보완할 계획이다."
-소형 배터리와 같이 10년 뒤 세계 1등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나?
"(최치훈 대표) 당연히 1등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회사를 맡으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은 고객에게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안정성, 품질, 제품력, 가격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의 합작회사는 이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2차전지 분야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3분기에도 매출이 좋다. 올해 2차전지 분야에서 50%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가?
"(최치훈 대표) 물량으로 본다면 가능하지만 금액으로는 경쟁이 심해져 불가능할 것 같다."
-전기차 배터리가 경쟁사(LG화학)보다 늦은 것 아닌가?
"(최치훈 대표) 양산 라인으로 본다면 늦게 시작한 게 맞다. 개발 시점도 그렇다. 보통 개발에서 제품이 나오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우리는 제품이 나오기 전에 BMW 등과 계약을 맺었다. 삼성과 보쉬가 가진 시장 신뢰성 덕분이다. 그래서 양산라인이 갖춰진 지금은 강화된 우리의 역량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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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 이진건 대표 |
-배터리 셀을 제외한 충전 혹은 인프라 사업 진출계획이 없나?
"(페렌바흐 회장) 우리는 두 가지 충전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자동차 내부 충전이다. 이것은 보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전기화학 기술이다. 두 번째는 충전 인프라 구성인데, 싱가폴 등지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충전소 유무도 중요하지만 진짜 핵심은 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폴에서 가진 시험은 그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울산 공장의 생산능력은?
"(이진건 대표) 월 5만 셀까지 가능하다."
-유럽에서 전기차 개발이 늦어진 이유는?
"(페렌바흐 회장) 좋은 지적이다. 유럽은 내연 기관 개발에 집중한 것이 사실이고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배터리는 유보적이었는데, 이는 전기차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시아 기업들은 진전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 전기차는 그 시장성이 형성도 안됐을 만큼 미비하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후발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차이가 있더라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차세대 연료는 어떤 기술 개발 계획이 있는가?
"(페렌바흐 회장) 앞으로 20-30년 뒤를 생각한다면 차세대 파워트레인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의 경우 전기차로는 갈 수 없어 연료전지 기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역시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아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울산=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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