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하이브리드카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개발한 인사이트를 국내에 출시했다. 그 동안 해외시장에서 나타난 인사이트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매가격. 이는 인사이트를 누구나 탈 수 있어야 한다는 컨셉트로 개발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인사이트의 장점은 단순히 "싼 가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혼다는 "운동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친환경차의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운전의 즐거움도 추구했다"고 강조한다. 청풍호가 아름다운 충북 제천 일원에서 인사이트를 탔다.
▲스타일
인사이트는 지난 몇 년동안 혼다가 여러 차례 소개해 온 수소연료전지차 "FCX 클라러티"와 디자인 맥락이 같다. 혼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6모션 포인트 그릴과 프로젝터 스타일 헤드 램프는 미래지향적인 인사이트의 성격을 대변한다. 특히 헤드 램프는 푸른 색으로 마감, 친환경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측면을 보면 공기역학적인 구조가 눈에 띈다. 보닛과 A필러가 이루는 각과 유선형의 지붕선을 지녀 공기가 완만하게 흐르도록 했다. 한껏 들린 에어로 테일을 적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 후면의 엑스트라 윈도는 해치백과 같은 느낌이 나고, 리어 램프에는 고효율 LED 램프를 썼다. 외관의 모든 것들이 친환경을 설명한다.
실내에서도 하이브리드카다운 미래 감각이 돋보인다. 특히 신경쓴 부분은 인스투르먼트 패널이다. 혼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쓰는 라운드형 대신 역라운드 형상으로 상쾌하고 개방적인 느낌을 살렸다. 실제 간결하고 군더더기없는 구성이 "깨끗한 차"라는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계기판은 "멀티플렉스 미터"라는 개념으로 2단 방식을 썼다. 속도계는 상단에 있고 모터의 작동유무, 트립컴퓨터 창, rpm 게이지 같은 각종 정보등은 하단에 들어갔다. 속도계를 위쪽에 둔 이유는 운전의 편리함 때문이다. 정면을 주시하면서 운전하다가 시선을 살짝만 내리면 언제든지 속도를 확인할 수 있어 시선이동을 최소화한 것. 실내 마감은 곳곳에 플라스틱을 썼다.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인사이트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적절하다. "대중화"를 노리면서 프리미엄급 실내 마감을 할 수는 없어서다. 차의 제작단가와 컨셉트를 고려할 때 고급 소재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성능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을 중심으로 하고, 전기모터는 보조동력으로만 쓴다는 게 원칙으로, IMA(Integrated Motor Assist)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방식은 발진 때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모터의 특성에 착안, 엔진이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발진과 가속에 모터가 보조하며 주행을 이끈다는 게 장점이다. 인사이트에는 1.3ℓ i-VTEC을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89마력을 내며 모터는 9㎾의 동력을 보조한다. 최대토크는 12.3㎏·m. 수치상으로는 국산차 중 기아 프라이드와 비슷한 동력성능을 지녔다.
시동을 걸자 엔진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경쟁차와는 다른 느낌이다. 모터가 먼저 가동하는 경쟁차는 모터의 전원이 들어가 소리가 나지 않지만 모터가 동력을 보조하는 수단을 택한 까닭에 인사이트는 일반 가솔린차처럼 엔진 시동이 먼저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차가 하이브리드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믿기지 않게 앞으로 튀어가는 힘이 느껴졌다. 전기모터는 즉각적인 토크를 낼 수 있어 민첩하다는 말은 이론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1t이 넘는 차를 순간적으로 가속하기엔 모터의 힘이 부족해서다. 그렇다고 모터의 크기를 늘려 힘을 더 내게 할 수도 없다. 모터가 커지면 차도 커지고, 무게도 늘어나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는 모터에게 보조하는 역할만 하도록 해서 이런 단점을 없앴다. 경쟁차가 1.8ℓ엔진을 얹고도 모터만으로 출발하는 것과는 "맛"이 달랐다.
가속 페달을 더 밟아 속력을 냈다.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맹렬하게 귀를 때렸다. 사람에 따라 불쾌감을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카의 호율성을 생각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엔진+모터 조합"이 발생한 동력은 원활하게 바퀴에 전달됐다. 1.3ℓ 엔진임에도 비교적 허덕임이 없는 등판능력도 과시했다.
인사이트는 배터리를 차 아래에 달아 저중심 설계가 가능했다. 그래서 코너를 돌아가는 느낌이 생각보다 좋았다. 경량화를 추구한 까닭에 코너에서 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미끌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잘 빠져나갔다. 자동차의 기본성능 중 하나인 "잘 돌기"를 충실하게 갖춘 셈이다.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해 승차감도 뛰어났다.
인사이트의 공인연비는 23㎞/ℓ. 이런 뛰어난 연비를 위해 갖가지 방법들을 적용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를 제어하는 ECON 모드, 실시간 연료효율을 표시하는 코칭 기능, 경제운전을 채점하는 티칭 기능 등이다. ECON 모드는 따로 스위치를 이용, 작동한다. 이 모드는 자동으로 엔진출력과 아이들링 스톱 영역, 에어콘 작동을 제어한다. 그러나 주행성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코칭 기능은 실시간으로 연료효율을 계산, 속도계에 나타낸다. 경제운전을 하고 있다면 녹색, 성능주행을 하고 있으면 청색으로 속도계 주변의 조명이 변한다. 티칭 기능은 꽤 재미있다.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차가 채점, 표시해주는 것으로 경제운전을 할수록 점수가 쌓여 새 싹이 돋아나고, 꽃봉오리가 피어난다. 에코드라이빙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재미있는 발상이다.
▲총평
인사이트의 단점은 프리우스보다 출시가 1년이나 늦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하이브리드카시장에서 인상적인 족적을 남기고 있는 프리우스의 선점효과 때문에 인사이트의 선전 여부는 솔직히 미지수다. 후발주자가 갖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배기량이 500㏄나 낮으면서도 프리우스보다 뒤지지 않는 주행성능에다 저렴한 가격까지 확보한 점은 인사이트의 장점이다. 누구나 탈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라는 인사이트, 과거 어코드가 수입차의 대중화를 불러온 것처럼 인사이트가 하이브리드카의 대중화를 이뤄낼지 궁금하다.
시승 /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