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판매 매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자판은 사모펀드인 아지아파트너스를 원하지만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줄기차게 영안모자의 인수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자판은 자동차 제조업이 아닌 판매업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자금력이 있는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산업은행의 영안모자 밀기가 정답은 아니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은 대우자판이 원하는 인수자와 산업은행이 원하는 인수자가 제각각인 데서 비롯됐다. 대우자판과 산업은행은 이미 회사를 건설과 자동차판매 부문으로 분할, 따로 매각한다는 데에는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문의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대우자판은 아지아파트너스를, 산업은행은 영안모자를 각각 제시했다. 대우자판은 아지아파트너스가 인수대금으로 1,000억 원을 제시했고, 고용승계가 이뤄져 판매 전문 회사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산업은행은 대우자판 자동차판매 부문이 자동차사업이라는 점에서 인수 대금 300억 원을 제시한 영안모자를 영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대우자판을 살려낼 의지가 과연 있느냐 하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상 기업매각에서는 인수금액을 많이 제시하는 쪽이 유리한 데도 산업은행이 아지아파트너스를 배제한 채 무리하게 영안모자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안모자는 대우버스를 제조하고 있어 실제 자동차판매 부문에서 원하는 인력은 버스판매부문만 해당된다. 이 경우 나머지 90%에 해당되는 승용차 판매인력은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를 짐작케 하는 일도 벌어졌다. 산업은행에서 파견된 경영관리단이 대우버스 판매에 따른 수수료 일부를 버스판매부문 직원들에 한해 미지급 급여 정산에 쓴 것. 쉽게 보면 버스판매만 살리겠다는 의도를 이미 내비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비록 펀드지만 투자를 통해 100%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아지아파트너스가 대우자판으로선 더욱 확실한 응원군이 될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영안모자를 고수하는 이유는 대우자판 자동차판매 부문이 자동차사업이라는 점이다. 자동차기업이라는 점에서 홍콩계 사모펀드인 아지아파트너스의 인수는 국가적으로 손실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에선 산업은행의 이런 논리를 지나친 비약으로 보고 있다. 대우자판은 판매인력이 몰려 있는 조직일 뿐, 자동차 제조가 아니어서 자동차산업으로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도 "대우자판은 사람의 조직일 뿐 자동차제조업처럼 무슨 기술을 지닌 회사가 아니다"라며 "어떻게 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300억 원을 제시한 영안모자보다는 1,000억 원으로 인수 의지를 나타낸 아지아파트너스를 영입하는 게 오히려 회사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이 아지아파트너스를 배제하는 또 다른 논리는 실체가 없는 홍콩계 펀드라는 점이다. 그러나 아지아파트너스는 펀드지만 국내 기업 자본이 60% 이상이어서 사실상 국내 자본에 해당된다는 게 대우자판의 반박이다. 분명한 실체가 있음에도 산업은행이 애써 이를 외면, 영안모자로 어떻게든 판매부문을 무리하게 넘기려 한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산업은행과 영안모자 사이에 인수조건에 관한 밀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내보이고 있다. 시장의 경쟁과 상식에 따르면 아지아파트너스가 인수자로 적절하지만 무리한 논리를 내세워 산업은행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자 산업은행은 대우자판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대우자판 이동호 사장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사모펀드를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시각을 드러낸 것. 그러자 이동호 사장은 직원들의 고용승계와 대우자판의 회사 유지를 위해 펀드를 영입했을 뿐 경영권에는 관심없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사퇴했다. 경영권에 관심이 있었으면 애초부터 사모펀드를 영입하지 않고, 영안모자 눈치를 봤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대우자판 관계자는 "지금 남은 직원은 회사에 운명을 맡긴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시각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인수자를 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영안모자 인수가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아지아파트너스 인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인수자로 영안모자를 고집하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원성도 이어졌다.
사태가 이렇게 치닫자 지난 22일에는 판매부문 본부장들이 영안모자 인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안모자는 판매부문 인수 뒤 알맹이만 빼갈 것이어서 인수 주체자로는 적절치 않다는 것. 더불어 산업은행과 밀착돼 영안모자 인수를 지지한 대우자판 내 몇몇 임원에게는 거친 비판도 제기하면서 대우자판 자동차부문 인수는 혼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자판은 판매회사여서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최선의 대안이고, 나라 돈도 아닌 사모펀드가 돈 많이 투입해 살려내겠다는데 채권단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장 논리를 배제한 채 특정업체로 인수를 강행하는 것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대우자판 이사회는 6명 가운데 5명이 찬성해 최근 아지파트너스를 인수 후보자로 선정해 산업은행에 매각을 요청했으나 산업은행이 이를 거절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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