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광고에 크라이슬러 랭글러가 등장하는 이유는? GS칼텍스 광고에 토요타 RAV-4가 나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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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 광고에 나온 짚 랭글러 |
완성차업체와 뗄 수 없는 관련 부품과 용품업체 광고 속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부품업체는 기본적으로 제조하는 부품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를 위해 완성차 이미지를 등장시키지 않을 수 없어 광고를 제작할 때마다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업체마다 다른 완성차업체와의 거래관계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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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광고의 토요타 RAV-4 |
광고에 쓸 자동차를 고를 때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은 곳은 정유사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 반드시 소비자가 사용해야 하기에 정유사로선 자동차회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특정 차가 등장할 때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GS칼텍스가 최근 TV CF에 토요타 RAV-4를 등장시키는 게 대표적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광고제작 파트에서 광고 컨셉트와 가장 적합한 차로 RAV-4를 골랐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하지만 현재 렉서스 분당 딜러인 센트럴모터스의 실제 주인이 GS칼텍스라는 점에서 광고 속 토요타차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GS칼텍스와 달리 SK에너지는 전기차를 내세우며 이 과정에서 합성 이미지를 썼다. 얼핏 봐선 토요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같지만 외형은 조금 다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SK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고 있어 전기차 이미지를 만들어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SK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협력사로 선정됐다. 특정 차종은 아니지만 배터리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기차를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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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광고의 전기차 |
광고에 나온 뒤 입장이 애매해지는 경우도 있다. 푸조는 최근 에쓰오일 TV 광고에 308 카브리올레를 내줬다. 그러나 308이 정지선을 위반, 보행자들의 눈총을 받는 장면이 연출돼 아쉽다는 입장이다. 푸조 관계자는 "차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노출시키기 위해 차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도 "요즘 소비자는 현명해서 광고는 광고로 이해할 뿐 푸조 이미지가 훼손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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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이미지광고 |
정유사와 달리 타이어업체는 완성차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국내나 해외 완성차업체와 맺고 있는 거래관계가 있어서다. 그럼에도 제품성격이 독특할 때는 완성차 이미지를 전격 노출시키기도 한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오프로드 타이어 브랜드 "다이나프로"에 크라이슬러 랭글러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에는 금호타이어가 신형 그랜드체로키 등에 이미 완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랭글러를 사용한 이유는 오로지 이미지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광고 속 차종을 두고 여러 관계를 많이 고려했지만 지금은 타이어를 부각시킬 수 있는 차종을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광고에 완성차를 등장시키되 교묘히 피해가는 경우도 많다. 넥센타이어는 CF에 자동차를 보여주지만 소비자가 어떤 차인지 모르도록 처리했다. 국내 여러 완성차업체와의 관계를 고려해 특정 차종을 알도록 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단계여서 완성차 이미지는 배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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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타이어 이미지광고 |
업계 관계자는 "부품이나 용품업체들이 광고를 만들 때 완성차 이미지를 쓰려면 기본적으로 완성차회사가 동의해야 한다"며 "좋은 이미지라면 고맙게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한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부품업체 광고에 특정 차종이 등장하면 경쟁사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며 "그래도 부품업체가 완성차 이미지를 쓸 때는 여전히 신중하다"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