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개조, 무한정 허용해도 될까

입력 2010년12월0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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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국내 자동차 관련 정책에 깊숙하게 참여하는 대학교수를 만났다. 그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자동차 개조를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야만 자동차 튜닝산업이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모터스포츠도 발전하며, 동시에 부품기술도 향상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사실 자동차 개조 문제는 우리에게 해묵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도 개조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무분별한 도로 위 폭주족을 양산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엔진과 변속기,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은 개조가 전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제원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부분은 개조를 허용하되 관할 지자체에 구조변경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정부로선 개조를 전면 불허하지도, 그렇다고 허용하지도 않는 중간자적 입장을 취한 셈이다.

전면 개조 허용 문제는 업계 간에도 견해가 서로 다르다. 먼저 개조를 허용하자는 쪽은 단연 튜닝업계다. 개조를 하면 이익을 얻는 업종의 속성 상 전면 개조로 방향이 바뀌면 당연히 산업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여전히 반대다. 부품 매출이 줄어들 수 있거니와 문제가 생긴 뒤에 원인을 놓고 소비자와 불가피하게 갈등을 빚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을 달리 취할 수 있다. 그런데 개조 허용 논란은 소비자 사이에서도 적지 않다. 한 예로 머플러를 바꿔 배기음을 높인 차가 지나갈 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멋있다"와 "시끄럽다"가 그것이다. 자동차를 운송수단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도 본다면 "멋있다"고 할 테고, 운송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시끄럽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찬반이 갈릴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전면 개조 허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 선진국일수록 튜닝산업이 발달했음을 감안할 때 우리도 점진적으로나 개조로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쪽에선 일단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쉽게 보면 개조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 잡을 것이냐, 아니면 현재처럼 중립이냐 미리 정하는 게 순서라는 말이다. 만약 개조를 허용한다면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소비자 구제 방안을 합의해야 한다. 예컨대 개조를 했다가 다른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피해 보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개조 허용으로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갈등을 피하려면 기간을 정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우선이다. 또한 다양한 의견 수렴의 자리도 마련돼야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도 자동차 선진국처럼 되려면 지금부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조 허용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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