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저에 첨단 기능 뺀 이유는?

입력 2010년12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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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는 신형 그랜저에 관심이 뜨겁다. 당초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하고 출시될 계획이었지만 최종 상품 결정 과정에서 첨단 기능이 배제됐음에도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신형 그랜저 인테리어


원래 신형 그랜저에는 현대차가 개발한 차선이탈방지시스템(LKAS)과 주차조향보조시스템(SPAS)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실제 최종 시험과정에도 해당 기능을 포함해 갖가지 시험으로 출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계약 직전 첨단 기능의 배제가 결정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들 기능의 배제 이유는 ‘안전’이다. 안전을 보조하는 기능이 오히려 안전 문제로 배제됐다는 점은 의아하기까지 하다. 회사는 운전자들이 안전·편의 장치에 단계적으로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최종 결정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돕는 "보조" 장치인 LKAS와 SPAS는 자동차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조향하는 장치다. LKAS는 과거 경고음나 진동으로 신호를 보내던 것과 달리 주행 중 차선을 이탈하면 경보와 함께 스티어링 휠을 스스로 조작, 원래 차선으로 복귀시킨다. 하지만 문제는 "차선"이다. 공사나 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차선을 임시로 긋거나 지워진 곳에선 이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분간하기 어려운 차선은 기계도 어쩔 수 없다는 것.



또한 SPAS는 말 그대로 주자 조향을 보조해주는 시스템이다. 즉, 자동차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최적의 각도를 만들어낼 뿐 운전자는 직접 주차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한다. 결국 두 기능 모두 차가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지만 운전자를 돕는 수준에 불과해 배제됐다. 물론, 모든 기능이 배제된 것은 아니어서 직각 주차(혹은 T 주차) 기능만 빠진 것. 따라서 신형 그랜저의 SPAS는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평행주차까지만 지원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신형 그랜저에 첨단 기능이 배제된 이유를 차종 간 형평성에서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의 상위 차종인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해당 기능이 없어 배제된 것 아니겠느냐"며 “그랜저에 모든 신기술을 다 넣어 버리면 상위 차종의 카리스마가 떨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조만간 파워트레인 변경을 앞두고 있어 상징적인 신기술 탑재는 당연히 고려할 사항일 것"이라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상위 차종을 고려한 배제로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형님 두 명에게도 없는 기능을 동생에게 먼저 주는 것은 순서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첨단 신기술을 개발하면 플래그십 차종부터 먼저 적용하는 게 관례다. 그럼에도 이번 신형 그랜저에 첨단 기능이 먼저 적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랜저 소비자들은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판에 "형님 먼저"라는 전통을 뒤집지는 못했다. 마치 기아차가 현대차를 넘어서면 곤란한 것처럼 말이다.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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